라임 연루 증권사 CEO 줄징계…핀테크 증권사들 출현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코오롱티슈진·신라젠 상폐 논의
  • 그야말로 코로나 정국이었다. 증권업계는 여느 업종보다 코로나19의 강력한 영향권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스권에 머물던 코스피는 2700선을 거침없이 돌파해가고 있고, 내년까지도 장밋빛 전망이 그려지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전례없는 시중 유동성은 이른바 '동학개미'를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공모주 광풍으로까지 이어졌고, 증권사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언택트 열풍 속에 핀테크 증권사들의 잇단 출현은 증권업계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부터 이어진 라임펀드와 새롭게 불거진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인해 증권사들은 곤혹을 치렀고 여전히 논란 한가운데 있다. 코스닥 바이오주 간판스타인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의 상장폐지 논의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현재진행형이고, 감마누는 사상 처음으로 상폐 무효가 확정되며 시장으로 돌아왔다. 뉴데일리경제는 올해 증권업계를 뒤흔든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주]

    ◆희대의 사기 옵티머스사태…라임 연루 증권사 CEO 줄징계

    올해에도 증권업계는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앓았다. 지난해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펀드 사태의 불씨가 채 꺼지기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이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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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1조2000억원을 모은 뒤 실제로는 부실 회사 인수·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했다. 피해액은 5000억원대에 이른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분도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세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판매사와 전현직 경영진들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다. 

    판매사에 대한 비판만큼이나 펀드 감독 부실에 대한 금융당국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연쇄 환매중단과 로비 의혹을 사전에 감독하는 데 실패한 것은 물론 전 현직 직원이 불법 행위에 연루돼 수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후순위로 밀렸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개미는 유가 상승에 베팅 

    선물시장에서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공급초과와 수요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대부분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마이너스 가격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해외 선물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낸 주문들이 모두 거부당해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국제유가 폭락에도 유가 회복에 베팅한 개미들이 급증한 점이다. 원유 투자 상품 중 ETN과 ETF 상품 거래가 활발하게 나타났다. 대개 원유 가격이 오를 때 수익을 내는 구조로, 유가 상승에 확신이 있을 때 투자할 만하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이례적으로 투기성 강한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 등 일부 상품의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핀테크 증권사들 출현…메기될까, 찻잔 속 태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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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 플랫폼 기반의 온라인 증권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존 증권사들에 미칠 영향에 시장 관심이 쏠렸다.

    토스증권은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업 진출을 위한 투자중개업 본인가를 획득했다. 본격적인 운영은 내년 초부터다. 토스증권은 유저경험(UX)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간편한 주식거래와 투자 정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월 카카오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했다. 빅테크업체가 증권업계에 공식 진출한 최초의 사례로 눈길을 끌었다. 다만 올해 카카오증권은 '쉬운 투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펀드 상품만 출시한 탓에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두 업체 모두 내년부터 자체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출시, 투심 공략을 본격화하기로 밝히면서 증권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강력한 고객 기반을 보유한 핀테크 증권사들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투심을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다. 동시에 증권사 수익 구조가 기존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IB와 WM 업무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업계가 우려할 만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그린뉴딜 정책에 탄력받는 ESG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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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가 세계 경제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업 경영의 새로운 지표로 자리 잡았다. ESG투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투자 지표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정보만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지속 가능한 투자를 추구하는 게 원칙이다.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2019년 약 1000조원 수준까지 증가했고 오는 2028년에는 이보다 2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ESG 투자가 내년 증시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ESG 영역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린뉴딜 정책도 탄력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9월 재정 3조원을 포함해 20조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인 정책형 뉴딜펀드 투자 대상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 등 정부가 추진하는 K뉴딜 사업에서 거론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나 5세대(G) 통신망, 자율주행 인프라 등이 투자처로 거론된다.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가 그린뉴딜에 나서면서 국내외 ESG 펀드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전통 에너지 기업 주가는 부진한 반면 친환경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종목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코오롱티슈진·신라젠 상폐 논의…감마누 코스닥 복귀

    올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간판 바이오 업체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의 상장폐지 심사에서 연일 고심을 이어갔다.  

    거래소는 지난 7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심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성분이 원래 알려진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됐다. 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이 상장심사 당시 중요사항을 허위 기재 또는 누락했다고 보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한 바 있다.

    임상 실패와 경영진의 부당 주식거래 혐의로 지난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된 항암치료제 기업 신라젠의 상장 폐지 여부 결정은 1년 뒤로 미뤄졌다. 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에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심의·의결했다.

    한편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던 감마누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복귀했다. 상장폐지가 번복된 사상 첫 사례다.

    감마누는 회계감사 '거절' 의견으로 지난 2018년 3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후 거래소가 부여한 개선 기한 내 재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그해 9월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감마누가 제기한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며 정리매매가 중단됐고 지난주 대법원 판결로 상장폐지 무효가 최종 확정됐다.

    감마누 소액주주 수백여명은 지난달 거래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제기를 본격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