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제품 내놓기로'깜짝 발표'에 완성차·배터리 업계 술렁차세대 전기차 판도 요동… K-배터리 동맹 정부 지원 이어져야
  • ▲ 일본 토요타 판매 대리점 ⓒ뉴데일리DB
    ▲ 일본 토요타 판매 대리점 ⓒ뉴데일리DB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10분 만에 충전이 완료되고 폭발 위험이 없는 배터리의 세계 최초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배터리 전쟁’이 숨 가쁘게 치닫는 가운데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에 따라 차세대 전기차의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이란 예측이 상당하다.

    일본 토요타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하기로 했다. 2020년대 초반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얹은 전기차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토요타가 만든 전고체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약 500㎞를 달릴 수 있다. 완전히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분 정도다. 주행 거리는 크게 늘었지만, 부피와 무게가 줄어들어 설계 때 실내 공간 활용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내년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서 수십여t의 고체 전해질을 생산할 예정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는 완성차·배터리 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전기차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짧은 주행거리, 느린 충전 속도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어젖힐 시발점인 셈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으로 폭발 위험이 없다. 지금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액체다. 액체 상태인 전해질은 과도한 열이나 충격, 압력을 받으면 팽창하거나 흘러내려 폭발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고체 전해질은 이런 우려가 없다. 나아가 크기를 줄여 공간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더 멀리 갈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토요타의 ‘깜짝 발표’에 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토요타는 그동안 엔진에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기’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2년 이후 전기차를 양산한 적이 없다. 1983년 전동화(전기 구동력 활용)에 근간이 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뒤 전기차를 주력으로 삼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1000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전기차 양산이 늦었다고 판단, 조용히 다음 단계로 대도약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로 주도권 다툼에서 치고 나가면서 현대·기아차와 이른바 ‘K-배터리’ 맞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회 충전으로 800㎞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나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를 얹은 차세대 전기차를 이르면 2025년 시범 생산한다. 본격 양산 시점은 2030년이다.

    일각에선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2조엔(약 21조3000억원) 규모 ‘탈석탄화 기술지원기금’ 가운데 일부를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배정할 방침이다. 이는 완성차·배터리 업체를 돕는 식으로 쓰일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전기차 사업은 국가적 미래 먹거리로 민관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면서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