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교착… 연내 타결 실패노조 '파업 카드' 만지작판매저조-재고누적-수출감소 3중고
  •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가 ‘홀로 남겨진’ 처지가 됐다. 업계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결국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노사 갈등의 골이 깊게 파여 경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파업에 시동을 걸고 있어 회사의 명운이 달린 유럽 수출이 빛이 바랠 처지에 놓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이르면 다음달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한다. 이들은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신청을 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투표만 거치면 파업 깃발을 들 수 있다.

    노조가 강경 깃발을 들고 나서는 이유는 협상을 앞두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측은 노조에 다음달 초 본교섭을 재개하자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압박의 고삐를 당긴다는 기조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7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에 들어갔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만남은 지난 9월이다. 그 사이 강경파로 분류되는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연임하는 등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는 모습이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코로나 극복 명목 일시금 700만원 지급, 노조 발전기금(12억원) 출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는 어려움을 겪은 끝에 임단협 협상을 매듭짓는 곳이 많았다. 맏형 현대차는 일찌감치 11년 만에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는 지난 4월 임단협 조인식을 가졌다.

    기아차는 기본급을 동결하되 잔업 복원과 정년 연장 등 쟁점에 대한 입장 차를 좁혀 타결에 성공했다. 한국GM 역시 5개월여의 진통 끝에 최종 합의를 끌어냈다.

    그러나 르노삼상 노사는 갈등이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최근엔 부산 공장에서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대응을 두고 분위기가 격앙되는 모습이다. 노조 측은 “공장 휴무를 당기자는 제안을 거절했다”며 “직원 건강이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의 엄포와 달리 르노삼성은 물러설 곳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1~11월 국내외 시장 판매대수는 10만715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485대) 대비 33.2% 뒷걸음질 쳤다.

    부산 공장은 이달 주간 근무만 운영, 이 중 나흘은 아예 공장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재고가 쌓이고 수출 물량마저 줄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르노 본사로부터 XM3(뉴 아르카나) 수출 물량을 따냈지만 일감 추가 확보는 미지수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수출은 경쟁력이 관건”이라며 “노조와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습관성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 협상은 해를 넘겨 4월 최종 마무리했다. 2018년 역시 이듬해 6월 최종 타결하는 행보를 보였다.
  • ▲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의 유럽 수출 ⓒ르노삼성자동차
    ▲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의 유럽 수출 ⓒ르노삼성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