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선정 마무리… 3분기 코스피 진입 IPO 기대인수 약정 이행 및 한화솔루션-한화에너지 재무구조 개선 효과'승계 재원' 에이치솔루션 가치 상승… 지배구조 정리 작업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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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종합화학 울산사업장. ⓒ한화종합화학
한화종합화학이 연내 코스피 입성을 위한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상장은 앞서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할 당시 맺었던 약정 이행은 물론, 주요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 경영권 승계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위한 작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대신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각각 선정해 통보했다. 이달 중 이들과 주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향후 IPO(기업공개)에서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이 국내 기관 및 일반투자자의 모집을 책임지고, 지난해 선정한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외국 주관사들이 해외 기관들의 공모주 청약을 유도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배될 것으로 보인다.앞서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10월 외국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 JP모건과 모간스탠리를 상장 대표 주관사로 낙점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모색하면서 외국 증권사들부터 빠르게 주관사로 선정한 것이다.하지만 이번에 국내 증권사를 포함한 대표 주관사단이 새롭게 구성되면서 상장 목표 시장을 국내 코스피 시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단 확정은 이번 주 초 이뤄졌고, 주관 계약 체결만 남은 상태"라며 "국내외 증권사를 포함해 주관사단이 확정된 만큼 이달 중 킥오프 미팅을 정식으로 개최해 공모 전략과 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IPO는 빠르면 3분기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기반으로 지정감사를 받지 않은 탓에 올해 1분기 실적을 결산으로 외부법인으로부터 회계 투명성을 검토 받아야 한다.
상반기 내 감사보고서가 나온 뒤 한국거래소로부터 약 두 달간 상장 예비심사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공모는 8월 말쯤 가능할 전망이다.한화종합화학이 연내 IPO를 추진하는 것은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맺은 '약정' 때문이다.한화와 삼성은 2014년 11월 방위산업-화학 계열사를 사고파는 2조원의 빅딜을 단행했다. 한화는 당시 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해 삼성물산과 삼성SDI 등이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24.1%를 유지하는 조건을 계약을 체결했다.대신 2021년 4월 말까지 IPO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IPO를 통해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준 것이다. 계약 조항에는 상장 시점을 2022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2022년 이후에도 증시 입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한화그룹에 지분 매입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도 포함됐다. 한화가 풋옵션 행사에 따른 현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2022년 전에 IPO를 성사시켜야 되는 셈이다.뿐만 아니라 이번 IPO는 한화그룹 경영승계 자금 마련의 키로 꼽힌다.
한화종합화학의 주요 주주는 한화에너지(39.16%)와 한화솔루션(36.04%)이다. 한화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한화에너지는 3남인 김동선 상무보가 최근 복귀해 주목을 받고 있다.현재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을 지분율 기준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상장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엑시트에 성공하면 종속기업을 변경 가능성이 높다.이 경우 연결재무제표에 자산, 이익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면서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의 자산과 수익성은 확대된다. 양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보탬이 될 전망이며 수익성 제고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 재무구조에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최근 공격적 투자로 재무 부담이 가중된 한화솔루션의 경우 유상증자도 앞두고 있어 성공시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 ▲ 한화종합화학 대산사업장. ⓒ한화종합화학
게다가 이번 상장은 김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차남), 김 상무보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가치 상승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를 완전 자회사 형태로 지배하고 있다.한화종합화학은 빅딜 이후 배당을 중단했다. 하지만 상장 후에는 배당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배당을 재개하면 한화에너지는 물론, 에이치솔루션도 배당을 통한 현금흐름 증가가 기대된다. 자연스럽게 3형제의 지분가치도 늘어날 전망이다.에이치솔루션은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이번 상장은 한화그룹 앞에 놓인 다양한 숙제를 풀어내는 핵심 중 핵심인 셈이다.다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나빠지면서 부진했던 영업 성적이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의 배당금과 투자이익 등으로 전년 수준보다 많은 순이익을 실현하고 있지만, 사업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우호적인 몸값 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한화종합화학은 연결 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7041억원, 영업손실 56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357억원이다.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는 3조~5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주요 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2018년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할 당시 평가한 기업가치는 약 4조원이었다.한화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한다.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효성화학 등을 제치고 국내 1위 점유율을 줄곧 지켜왔다. 다만 PTA 시장은 원자재 가격, 전방산업 동향 등에 따라 비교적 실적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의 주력 사업이 증설과 수요 약세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과잉공급 국면"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을 감안할 때 경기 회복이 제한적일 전망으로, 당분간 다운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반면 성장성이 큰 수소 관련 사업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사업 비전을 시장에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한화종합화학이 투자했던 미국 수소차 관련 스타트업 니콜라의 시장 평가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지난해 6월 니콜라 주가가 90달러를 넘을 정도로 폭등하면서 한화종합화학도 덩달아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니콜라는 기술 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근 주가가 18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니콜라 투자 지분 가치와 사업 협력 기대감의 프리미엄 요소가 대체로 사라진 셈이다.시장 한 관계자는 "구주 매출이 상장의 주요 목적이지만, IPO 결과가 비단 한화종합화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화솔루션, 한화에너지 나아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와 맞물려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IPO 전에 최대한 실적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호적인 몸값 산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