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후보자 인사청문회서 신공항사업 소신 발언 눈길김해신공항 국토부 입장 아직인데… 월권 아니냐 지적도변창흠 국토장관 발언도 재조명… 소신 없이 즉답 피해
  • ▲ 김해공항.ⓒ연합뉴스
    ▲ 김해공항.ⓒ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신공항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대신 환경부가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소신을 피력하면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과 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교통분야 특히 김해신공항 건설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명확하게 소신을 밝히지 못해 의원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었다.

    2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한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시절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동남권에서 만들어진 많은 물류가 김해공항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연간 7000억원 이상의 물류비용을 감당하면서 인천공항으로 오고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공항 건설 촉진을 위해 환경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선 한 후보자 발언을 두고 월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국토부가 논란 끝에 김해신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반대에 부딪혔고,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지난해 11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현재 국토부는 검증위 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증위도 검증위 결론이 곧 기존 김해신공항 건설안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라며 "관계기관과 협의해 후속조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변창흠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변창흠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문제는 국토부가 아직 김해신공항 보완 또는 백지화, 입지 선정을 비롯한 동남권 신공항의 원점 검토, 대안으로서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 어떤 것도 결론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무 부처가 아직 신공항 건설사업의 방향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몇 단계를 건너뛴 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한 셈이다.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의 협의 대상이지만, 건설 주무 부처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2018년 김해신공항 건설을 위해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협의를 진행했지만, 일단락 짓지 못한 채 협의가 중단된 상태다. 엄밀히 말해 현 단계에서 환경부는 김해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직접적인 논의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후보자는 충북 단양 출신이지만, 해운대여고와 부산대를 나와 부산지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처지다.

    한 후보자는 김해신공항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 들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해서도 견해를 내놨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한 후보자의 서면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도민회의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제주2공항 계획이 적정하지 않고 입지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면 부동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구성에 동의하며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때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겠다는 태도라고 도민회의는 밝혔다.

    현재 제주2공항 건설사업은 정부의 기본계획안 고시를 앞두고 2019년부터 국토부와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도민회의는 한 후보자의 답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동안 국토부가 전권을 쥐고 제주2공항에 대한 결정을 주도하던 구도에서 환경부가 새로운 논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논란에 휩싸여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소신 발언을 쏟아내면서 주무 부처인 국토부 변창흠 장관의 인사청문회도 재조명되고 있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휘발성 강한 동남권 신공항 관련 질의가 나오면 기존 국토부 입장을 되풀이하며 원론적인 수준에서 즉답을 피하곤 했다. 당시 부산에 지역구를 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검증위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낸 지 37일이 지났지만, 국토부는 물론 후보자가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 진척이 없다"고 질타했다. 변 장관이 "검증위 검증보고서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계속 보고도 받고 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것은 국토부 입장일 뿐 후보자 견해가 없다"고 꼬집었었다.
  • ▲ 제주 제2공항 쟁점 토론회 평가 기자회견 하는 비상도민회의.ⓒ연합뉴스
    ▲ 제주 제2공항 쟁점 토론회 평가 기자회견 하는 비상도민회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