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간 맞춤형 가전' 브랜드 론칭 2년만에 물 만난 가전시장코로나19로 수요 급증하며 브랜드 확장 본격화 나서삼성 '비스포크' vs LG '오브제컬렉션' 앞세워 전력 질주
  • ▲ 삼성전자 '비스포크 홈' ⓒ삼성전자
    ▲ 삼성전자 '비스포크 홈' ⓒ삼성전자
    지난 10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신(新)가전' 외엔 딱히 성장 돌파구가 없었던 국내 가전시장이 코로나19로 촉발된 '집콕 수요'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해 14%라는 성장률을 기록한 국내 가전시장을 점하기 위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간 맞춤형 가전이라는 콘셉트의 브랜드 확장에 초점을 두고 올해도 이어지는 가전 수요 잡기에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1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각각 자사 공간 맞춤형 가전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유통 채널을 재정비하는 등 가전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소비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가전을 맞춤형으로 꾸릴 수 있는 '비스포크' 브랜드 론칭 3년차를 맞아 브랜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소비자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지난 2019년 론칭한 비스포크는 집안과 잘 어우러지는 디자인과 높은 실용성으로 특히 신혼부부 등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인기몰이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주방가전 뿐만 아니라 거실, 침실, 세탁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집안 전체를 비스포크 제품으로 꾸밀 수 있는 '비스포크 홈'이라는 개념까지 도입할 정도로 주력 가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전통적인 가전 명가 LG전자도 삼성의 총공세에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LG는 앞서 전통 백색 가전 수요가 제자리 걸음 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신가전'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건조기를 또 하나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게 하는데 성공했던 바 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로 가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다양한 가전 라인업에 대한 니즈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에 맞춰 공간 맞춤형 가전 브랜드인 '오브제컬렉션' 라인업을 더 확대하기 시작했다. 일반 가전보다 조금 높은 가격대로 포지셔닝해 고급 가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 ▲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LG전자 베스트샵 매장 전경 ⓒLG전자
    ▲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LG전자 베스트샵 매장 전경 ⓒLG전자
    프리미엄 공간 맞춤형 가전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두 회사는 판매 채널과 마케팅에 있어서도 고급화 전략에 힘을 주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동시에 급속히 성장하는 온라인 채널을 선점하기 위한 쟁탈전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우선 오프라인 채널에선 맞춤형 가전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을 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최우선시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가전판매 채널 중 오프라인에선 백화점이 15%의 성장률로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삼성과 LG는 최근 서울 최대 규모로 신설된 백화점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백화점 매장 기준 최대 규모로 손꼽는 대형 매장을 꾸리고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전용 전시존을 운영하며 프리미엄 가전 판매에 승부수를 띄웠다.

    아직 개장 초기이기는 하지만 이미 초반부터 매장의 인기는 심상찮은 수준이다. 삼성과 LG 모두 주말에는 매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1시간 이상씩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다 매출 성과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매장 중 명품을 제치고 삼성과 LG가 매출 톱(Top)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삼성과 LG가 그동안 별볼일 없던 가전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데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촉발된 집콕 수요가 가전 매출을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성장 가능성을 맛본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시장 규모는 21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분기에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4% 역성장한 것으로 출발했던 국내 가전시장은 2분기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로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며 이례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삼성과 LG전자 가전사업부문도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이 같은 사실을 숫자로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열풍까지 더해져 생활가전과 TV사업에서 발생한 총 영업이익이 LG전자를 넘어설 정도로 큰 성과를 봤고 LG전자는 신가전으로 시작된 글로벌 1등 가전회사라는 명성을 코로나19 수요로 이어가면서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는 양사 모두 프리미엄 맞춤형 공간 가전 브랜드를 확장하며 공격적으로 수요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지만 지난해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여전히 반도체 실적이 전사 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가전이 유례없는 성장률로 새로운 실적 효자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가전사업에서 지속적으로 호조를 나타내며 또 다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기록 세우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