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결정한 게 아니다"조현범 사장 15년 성과 인정글로벌 진출-중앙연구소 건립 등 3사 중 유일 흑자, 주요시장 회복
  • ▲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 ⓒ한국타이어
    ▲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 ⓒ한국타이어
    ‘형제의 난’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한국타이어가(家)에서 일단 우위에 오른 건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 대표이사 사장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부친인 조양래 회장에게 지분 23.59%를 넘겨받은 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후계구도의 일단락을 알리는 시그널로 그룹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그가 후계구도를 뒤집은 건 15년에 걸친 경영성과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조 사장은 평소 경영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혁신적 발상 전환, 창의적 아이디어, 과감한 실행전략 등을 자주 주문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중국공장 준공, 2007년 헝가리 공장 준공, 2009년 증설, 글로벌 6, 7공장 준공 등 "위기 때 해외투자를 더 늘리는 역발상'에는 그의 노력이 녹아있다.

    이러한 위기극복 DNA는 지난해 유래없는 코로나 위기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가 이끄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액 6조4530억원, 영업이익 6282억원을 올렸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6.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5% 늘리는 저력을 보였다.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 속에 자동차와 이동 수요가 줄면서 타이어 판매까지 동반 부진에 빠진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차에 공급을 늘리고 수익이 좋은 18인치 이상 판매 비중을 높인 효과다.

    조 사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는데 공판 당시 한 직원은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사장 공백에 주요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 사장의 무게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72년생인 조 사장은 미국 드와이트엥글우드고등학교와 보스턴칼리지 재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8살 때인 1998년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입사했다. 광고홍보팀장과 마케팅본부장(상무),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각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눈여겨볼 만한 성과는 2016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준공한 중앙연구소 테크노돔이다. 테크노돔은 연면적 9만6328㎡의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2664억원을 들인 연구개발(R&D)의 심장으로 가상시험을 하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조 사장은 테크노돔 설계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꼼꼼하게 챙겼다. 영국 맥라렌의 테크놀로지센터와 같은 세계적인 연구소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건축설계사와 만나 논의하고 문 손잡이, 벽면 색상마저 골랐다는 것은 그의 철학을 보여주는 일화다.

    조 사장은 일찌감치 조직 내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임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이 밖에 연구직 직원에게 샌드위치 형태로 식사를 제공하고 PC에 깔린 그룹웨어를 하나의 광장처럼 만들었다. 수평적 문화와 소통이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조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배경에 대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긴 지난 15년간 좋은 성과를 만들어 냈고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예전부터 조 사장을 최대주주로 점 찍어뒀다”며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한 대로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고, 갑작스럽게 결정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6월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 사장에게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이에 조 사장 지분은 19.31%에서 42.90%로 늘었다. 한국앤컴퍼니는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지분 30.67%) 등을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다.

    그동안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를,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맡아 형제 경영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