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콘텐츠 수요 높아지자 스타 애널리스트 영입…ESG 트렌드 맞춰 조직 강화 중소형사, 시장 주도섹터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스몰캡·비상장 분석 특화 "위축됐던 리서치센터 위상 강화…변화에 발맞춘 리서치 제공 위해 노력"
  • 갈수록 낮아지는 위상으로 위축됐던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유튜브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대형사는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기도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 맞춰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있다.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 규모에 맞춰 시장 주도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거나 스몰캡, 비상장주식 등 특화된 영역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리서치 업무의 디지털화 주도를 통해 리테일 영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리서치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는 이유는 개인투자자들의 대거 유입으로 비대면 투자 정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힘쓰면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팀 인력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래에셋증권은 키움증권의 스타 애널리스트로서 회사 유튜브 대표 콘텐츠에 출연했던 서상영 애널리스트를 이달 영입했다. 직함도 '디지털리서치팀장'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서 팀장을 영입하면서 조직개편 통해 방송 콘텐츠 제작 업무에 방점을 둔 디지털리서치팀을 따로 만들었다. 서 팀장을 통해 리서치센터 콘텐츠 기획 역량을 한층 높이겠다는 취지다. 

    ESG 경영 트렌드에 발맞춘 리서치센터 역량 강화에도 활발한 모습이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ESG 연구 인력을 보강하고, 적극적으로 ESG 분석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자사 리서치센터 내 ESG연구소를 설치하고, 리서치센터장이 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ESG 전략 발굴과 자문 작업 등을 진행하고, ESG 투자 및 각 산업 내 ESG 관련 내용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월부턴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ESG 컨설팅을 제공하는데, 이와 관련해 ESG연구소가 자문을 맡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ESG 리포트를 발간한 NH투자증권은 리서치본부 기업분석부 내 ESG·금융팀을 만들었다. 에쿼티(Equity) 분석 차원에서 ESG 테마와 가장 밀접한 분야인 지배구조, 환경, 신재생에너지, 금융 애널리스트 등으로 팀을 구성했다. 향후 인력 충원을 통해 ESG 평가, 자산운용사의 사회책임투자 자문 등 업무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조직이 작은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특정 섹터나 분야를 특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전략 산업의 리서치 강화를 위해 매크로 및 혁신테크산업 분석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글로벌경제·글로벌투자전략·퀀트 등을 커버하는 글로벌매크로팀과 T.M.T(Tech Media Telecom), 5G,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등을 담당하는 전략산업분석팀, 대체투자팀을 신설해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리서치 역량을 강화했다.

    반도체 주도주의 장세가 이어지자 관련 섹터 전문가인 이승우 애널리스트를 신임 리서치센터장으로 전면에 배치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 18년간 반도체 부문 한 우물만 파온 시장 분석 고수로 꼽힌다. 

    대다수 증권사가 기관들의 투자 대상인 대형주 위주의 보고서를 내는 데 집중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스몰캡이나 비상장사 기업들의 분석으로 틈새를 노리기도 한다. 최근 주식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동학개미들은 고수익을 얻기 위해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와 비상장주 투자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는 추세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탐방이 제한돼 리서치센터가 어려움을 겪자 돌파구로 스몰캡팀 공식 유튜브 채널 '스몰스몰해'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애널리스트가 관심이 집중되는 기업을 탐방하고, 온라인 IR을 진행하는 등 차별화된 기업분석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증권업계 최초로 비상장사에 대한 분석을 개시한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주 1회가량 '투자의 시대/비상장기업' 시리즈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와 벤처기업 규모에 적합한 단계별 투자자 매칭을 지원하고, 벤처기업 분석 보고서를 공동 발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리서치센터의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예전만 못한 위상을 되찾기 위함이다.

    그간 증권사 수익 구조가 브로커리지에서 투자은행(IB)·자산관리(WM)로 변하면서 리서치센터들은 비용 부서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일부에선 관련 인력을 IB 등으로 배치하는 등 조직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일었다. 매수 의견 일색인 종목 보고서로 투자자들로부터의 신뢰도 잃어간 게 사실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줄어들었다곤 해도 증권시장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면서 "산업구도와 성장동력 변화에 발을 맞추고, 투자자들의 니즈에 걸맞는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