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기준 초대형IB, 올해 1분기 당기순익 1조4149억원 동학개미 투자 열기에 증시 호황 덕분…브로커리지·IB 등 고른 성장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제치고 순익 1위 달성삼성증권, NH투자증권 앞서며 미래에셋도 바짝 추격
  •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동학개미 투자 열기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그 가운데 빅5 대형사들의 순이익 순위 지각변동이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증권에게 왕좌를 내줬던 한국투자증권은 1위를 탈환했고, 그간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NH투자증권은 삼성증권에게 자리를 내줬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은 올해 1분기 1조41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올 1분기 빅5 증권사의 호실적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 반등을 이끌었던 동학개미 덕분이다. 지난해부터 주식 시장에 직접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활발한 거래량이 실적 상승의 동력이 됐다. 

    2분기 들어선 증시 거래대금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1분기 코스피·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33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1%, 전년보다 123% 늘었다. 지난 1월엔 일평균 거래대금이 47조8000억원까지 치솟았다.

    ◆한국투자증권, 왕좌 탈환하며 설욕

    지난해 1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엔 전년 대비 361.8% 급증한 35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특히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게 1위를 빼앗긴 왕좌 자리를 탈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대전이 본격화한 2017년부터 실적 1위를 사수해왔지만 지난해 1분기 파생상품 부문 등 평가손실로 연간 실적에서 미래에셋증권에 선두를 내줬었다.

    올해 1분기엔 브로커리지와 IB사업 부문의 호실적을 통해 미래에셋증권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브로커리지와 집중해온 IB 사업 부문에서 호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브로커리지 부문 순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76% 성장한 1299억원을, IB 부문은 68% 증가한 18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자산운용 부문도 개선됐다. 올해 1분기 2205억원의 순영업수익을 올리면서 흑자 전환했다.

    손바뀜은 있었지만 미래에셋증권의 실적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년 대비 177.1% 급증한 296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위탁매매수수료는 지난해 대비 78.7% 급증한 2559억원을 기록했다. 해외법인의 실적도 우수했다. 해외법인들의 세전순이익은 69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57.2% 급증했다.

    무엇보다 미래에셋증권은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의 최종 인가를 받아 네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다. 올해 1분기 자기자본(별도 기준)은 9조1319억원으로, 19조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타 증권사 대비 독보적인 규모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사명 변경 등 일회성 비용 발생에도 견조한 이익실현을 통한 연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있다"면서 "단기금융업에 대한 인가안이 통과된 만큼 향후 발행어음을 통한 성장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제치고 실적 3위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간 실적 순위 변동도 눈에 띈다. 초대형 IB는 아니지만 브로커리지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증권사 연간 순익 3위를 기록한 키움증권도 제쳤다. 

    삼성증권은 여느 증권사 중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776.3% 급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다. 2위인 미래에셋증권과는 불과 78억원 차이다.

    특히 리테일 부문 수수료 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2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랩어카운트, 펀드 등의 판매 확대로 금융상품 판매수익도 21% 늘어난 912억원을 기록했다. 1억원 이상 개인 고객은 20만명을 돌파했고, 리테일 고객 예탁자산은 1분기에만 10조원 순유입되며 280조원을 기록했다. 

    IB 부문의 실적 개선도 이뤄졌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 양호한 기업공개(IPO) 실적 등에 힘입어 관련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84.4% 증가한 63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같은 실적 성장에 힘입어 증권가에선 삼성증권이 올해 연간 세전이익 1조원 클럽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초로 세전이익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의 약 절반 수준을 1분기 만에 벌어들인 셈"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증익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 연간 세전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에 순위가 밀렸지만 NH투자증권도 상당한 실적 개선을 이루며 사상 최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대비 727.7% 급증한 2574억원을 당기순익으로 벌었다. 

    특히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증시 호조 및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2105억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IPO 등 대형딜을 주선하며 인수·주선 수수료의 견조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IB 부문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940억원을 기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옵티머스 관련 충당금 403억원이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분기 기준 최대 실적으로 우수한 실적"이라며 "국내 비주거용 부동산 채무보증 증가로 IB 부문의 실적이 견조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