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발 보유세 완화론이 전날 기재위 파행으로 번져野 "바로 논의"… '정책후퇴' 반발 부딪힌 與 "아직 일러"민주당, 종부세 부과기준 '금액→최상위 %' 논쟁 커져전문가 "시장 불안만 가중… 본질은 부동산정책 신뢰성"
  • ▲ 아파트.ⓒ연합뉴스
    ▲ 아파트.ⓒ연합뉴스
    여당발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의가 일파만파 퍼지는 모양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더불어민주당에서 논의가 촉발됐지만,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정리 안 돼 우왕좌왕하는 거대 여당(巨與)의 모습이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해 집값이 몇 년 새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데 있고,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도 엉터리여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여야 간 종부세 관련 견해차로 파행했다. 국민의힘은 종부세 부담을 느슨하게 하는 법안을 논의하자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논의가 이르다며 반대했다. 이후 국민의힘 기재위원들이 조세소위에 이어 전체회의까지 보이콧하면서 상임위는 파행했다.

    종부세 완화론은 재·보궐선거 참패 후 여권 내에서 제기됐다. 성난 부동산 민심이 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면서 부동산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 20일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재산세율을 일부 내리는 내용의 종부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전체의 3.7%쯤이다.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 대상이 상위 1~2%대로 좁아진다.

    여당 내에선 부과 기준을 현행 '금액'에서 '최상위 비율'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든다. 부과 기준선을 아예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상위 1∼2%'로 바꾸자는 것이다. 애초 종부세를 설계할 땐 초고가 부동산을 가진 상위 2%쯤을 대상으로 추가 부담을 안겨 집값을 억제하자는 취지였으나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다 보니 부과대상이 많이 늘어나면서 '세금 폭탄'을 맞은 민심이 돌아섰다는 설명이다. 보유세 완화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선 재산세 감면 상한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당장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후퇴라는 반발이 나온다. 진성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국 4%, 서울 16%에 불과한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세금부터 깎아주자는 이야기가 먼저 고개를 드느냐"며 "선거 패배의 원인 진단과 처방, 정책 우선순위가 완전히 전도돼 있다"고 비판했다.
  • ▲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연합뉴스
    ▲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연합뉴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당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시장 혼란만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종부세를 따로 걷는 나라는 거의 없다. 재산세와 누진율로만 처리해도 된다"며 "내는 사람 몇 명 안되긴 하나 1년에 많게는 7.2%까지 낸다. 이건 세금이 아니라 착취다. 없애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민주당이) 정책을 무리하게 펼치고 있다. 내부교통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자중지란 하는 모습은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일시적으로 집값을 내리는 방안으로 양도세 인하를 들었다. 그는 "원래 양도세를 내리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으나 현 상황에선 양도세 무서워 매물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도세를 완화하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집값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당의) 종부세 완화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라며 "부과 대상을 상위 몇 퍼센트로 할 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보유세를 매기는 공시가격이 정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종부세는) 벌금이 아니다. 벌금도 근거 없이 내지 않는다. 속도위반을 했다면 속도가 얼마나 초과했는지 알려주기라도 한다. 그래야 저항이 없다"면서 "정확하지 않은 공시가격을 근거로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 세금을 매기고 거꾸로 내야 할 사람은 부과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적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고, 조소의 대상이 되는 게 무서운 것인데, '너한테는 세금 안 걷을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며 "정치인들이 본질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면 국민 수준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 완화론은) 한마디로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진단한 것"이라며 "(여당에선) 조세저항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본질은 20여 차례나 대책을 쏟아내고도 집값이 오른 게 원인이다. 집값이 오르니 공시가격도 오르고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인데 국민의 2~3%밖에 내지 않는 종부세 부과기준을 완화한다고 그들이 (선거에서) 몇만 표씩 찍어주는 건 아니다"고 질책했다. 임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집값을 내리거나 안정화하고 대출 완화 대신 집을 살 수 있게 국민 소득을 올려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집을 보유하면 책임지고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게 맞다. (정부·여당은)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식을 써왔는데 결과적으로 집값은 올랐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대응하려 하지 말고 왜 집값 안정화에 실패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