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최대 위기한국GM 노조 "기본급 인상에 1000만원 달라"쌍용차 노조 "구조조정 안 된다"
  •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완성차 업체가 흔들리고 있다. 극심한 판매 절벽에 부딪힌 가운데 노동조합(노조)과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교섭 장기화와 파업, 경영 여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 탓에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 품에 안긴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노사 관계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둘러싸고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의 전면 파업과 회사 측의 직장폐쇄로 최악의 충돌을 빚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임단협 협상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지급, 직영 정비사업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경영난이 심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강성 노조에 발목이 잡힌 사이 르노삼성의 판매 실적은 끝없는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르노삼성은 지난 1~4월 1만8595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3만1003대) 대비 40.0% 급감한 것이다. 

    르노삼성이 수출하는 뉴 아르카나(XM3)도 위태롭다. 파업으로 XM3 생산이 지연되면 물량 배정은 취소될 수 있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 물량 배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이미 여러 차례 경고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담화문을 내고 “과거라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철수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를 노조는 외면하고 있다.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직장폐쇄를 뛰어넘는 투쟁으로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며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노조는 이날 8시간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동시에 사측이 직장폐쇄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김성갑 노동조합위원장 ⓒ뉴데일리DB
    ▲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김성갑 노동조합위원장 ⓒ뉴데일리DB
    르노삼성뿐 아니라 한국GM, 쌍용차 등 ‘중견 3사’ 모두 위기에 맞닥뜨렸다. 한국GM은 지난해 말 가까스로 임단협 협상을 마쳤지만 올해 임금 협상(임협)에서 이견이 적지 않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1000만원 상당의 성과급 및 격려금을 달라는 요구안을 이미 확정했다. 반도체 수급 차질로 부평 1·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는 데 따른 협력 방안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GM은 7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차, 기아와 올해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고, 기본급을 대폭 올려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일자리를 둘러싼 노사 갈등을 예고했다. 정일권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1인 시위를 벌이며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자금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차는 최근 조직과 임원 수를 줄이고 인건비 삭감 등을 포함한 조직 개편을 했다. 사실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특히 노조가 구조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 감원 등을 먼저 실시한 뒤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쌍용차 노조는 “법정관리를 반대하지 않은 이유는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고 구조조정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투자 유치에 실패한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법정관리에서 조기에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장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과 영업 현장이 무너지는 탓에 지난 1~4월 1만5945대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3534대) 대비 32.2% 줄어든 것이다.
  •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쌍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