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보유세 완화 논의 가속… 이달 중 방향 정할 방침재산세 감면 6억→9억 공감대… 종부세·금융규제 갑론을박과세기준 '공시가격' 정확성 논란… 신뢰성 '흔들'·불씨 남아전문가 "세금 깎아준다고 해결 안돼"… "조사방식 재검토 필요"
  • ▲ 아파트단지.ⓒ연합뉴스
    ▲ 아파트단지.ⓒ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정부·여당이 부동산 정책 보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다음 달 1일 이전에 세제 개편 방향을 잡기 위해서다. 일단 당정은 재산세 완화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기류다. 종합부동산세는 1주택 고령·은퇴자의 세 부담 경감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선 당정이 대증요법에만 몰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가격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여전한 가운데 세제 개편은 미봉책에 그칠 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는 17일 국회에서 서울시 구청장들과 정책현안 회의를 열고 재산세 문제를 조율한다. 지방세인 재산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듣겠다는 의도다. 당내에선 1주택자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종부세는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거래세 인하론자인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최근 종부세 완화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병원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부동산특위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다만 김부겸 국무총리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제출한 서면에서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에게 부과하지만, 종부세 완화가 부자 감세인지는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면서 "1주택을 보유한 고령·은퇴 계층을 위한 부담 경감 방안은 관계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생색내기 차원의 종부세 완화가 병행될 거라는 시각이 적잖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에 "(기준이 마련된 지) 12년이 흘렀고 주택가격이 최저 20% 상승했는데도 (기준이) 유지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는 받아들인다"며 재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금융규제와 관련해선 무주택 실수요자만 주택담보 대출비율(LTV) 한도를 사실상 90%까지 풀어주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선 LTV를 40%로 제한하되, 무주택 청년이나 신혼부부에 한해 비규제지역 LTV를 70%로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초장기 모기지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20%의 우대혜택을 적용하면 집값의 90%까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여당은 다음 달 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 이전에 세제 개편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20일 홍 부총리 주재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연다. 이날 정부의 수정·보완안에 대한 윤곽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 ▲ 민주당 부동산특위.ⓒ연합뉴스
    ▲ 민주당 부동산특위.ⓒ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는 재·보궐선거 결과에 놀란 당정이 눈에 보이는 증상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한다. 재산세 등에 영향을 끼치는 공시가격의 공정성 시비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는 것이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과 관련해 "공시가격은 조세정책 신뢰성의 근간"이라며 "공시제도의 신뢰성 회복 문제는 단순히 세금을 깎아준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공시가격 동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세금 증가를 멈추게 하려는 게 아니라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통해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부정확한 공시가격으로 복지대상에서 탈락하거나 세금을 더 내야 할 사람은 덜 내고, 덜 내야 할 사람은 더 내는 불공정한 상황을 멈추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공시가격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세제 개편을 통해 보유세를 완화하더라도 공시가격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불공정'에 화가 난 부동산 민심이 또다시 끓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상황인식은 현장과 괴리감이 느껴진다. 국토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2020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 공시가 현실화 정책 등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관리 강화' 분야에 대해 △계획 수립 적절성 A등급 △성과지표 난이도 S등급 △계획 이행 충실성 100% △행정여건·상황변화에 대한 대응성 '우수' △성과지표 달성도 100% △정책효과 발생 정도 '우수'라고 자평했다. 공시가격에 대해 "고가주택의 시세반영률이 중저가 주택보다 낮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9억원 이상 주택의 현실화율 제고에 중점을 두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한 결과 일관된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 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가 집값 상승과 맞물리면서 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의 불만과 저항이 크지만, 보유세 인상 논란과 관련해선 재정당국이 과세비율을 조정해 바로잡으면 된다는 견해다. 한마디로 공시가격을 급격히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공시제도의 공정성은 '공정하다'고 주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투명하게 드러내 납세자에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공정성의 전제조건은 투명성이다. 국토부 훈령에 명시된 현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공시가격의 정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주장하는 공정성은 신뢰받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기본적으로 시세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현 정부는) 이를 90%까지 점진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라면서 "다만 시세와 상관없이 (공시가격이) 오른 게 있었다. 공시가는 세금 부과나 기초 자산 가격으로 활용되므로 정확성이 문제가 된다. 왜 공시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지, 기술적인 해결책은 없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만 해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50%도 안 되는 도시들이 많다. 핵심은 현실화율이나 세율을 통해 세금을 걷는 데 있다"면서 "소득은 1~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세금을 10~20%를 더 걷으니 문제다. (이때) 정확성이 문제가 된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 공시가격을 조사하는 데 직원 1명이 혼자서 2만건 이상을 처리했다고 한다. 가능한 숫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