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발전협의회(가칭) 다음달 출범3개월 만에 시장 개방·협력 다시 논의 소비자 피해 늘고 여론도 '싸늘'… 사업방식 등 쟁점 여전
  • ▲ 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외부 전경.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DB
    ▲ 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외부 전경.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DB
    현대차 등 대기업의 중고 자동차 시장 진출이 다시 가시화하고 있다.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상생 협력을 놓고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허위 매물과 강매, 성능 조작 등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 개방·경쟁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은 ‘자동차산업발전협의회’(가칭)를 다음달 출범하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2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논의가 4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당시 출범 직전이던 ‘중고차 상생협력위원회’는 중고차 업계가 발족식 전날 불참을 통보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협의회 구성은 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협상 무대로 나오게 되면서 대화의 물꼬를 터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크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부터 1년 전 상생 방안을 마련하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이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고, 상생협력 기류가 형성돼 더는 미루거나 버티기로 일관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가 협의체 만들기에 재차 나선 것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의중이 깔린 것이란 해석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회전만 반복하는 사이 소비자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차 매매업체에 사기를 당했다며 60대 A씨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싸늘한 여론에 시민단체는 중고차 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전국 20~6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79.9%에 달했다. 허위 매물과 가격에 대한 불신을 문제로 꼽은 응답도 54.4%, 47.3%로 집계됐다.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에 참여해 체계적인 검사와 수리, 인증, 보증을 도입하면 규모가 2배 이상 커질 것”이라며 “소비자의 만족도 역시 크게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의회가 상생 방안 마련 등 최종 합의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매매업자와 단체는 영세업자가 타격을 받아 실업, 폐업이 늘어나고 독과점을 낳아 소비자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방식에도 아직 쟁점이 남아있다. 이들은 현대차 등 대기업이 지난해 마련한 주행 기간 6년, 주행거리 12만㎞ 이내 중고차 취급 방안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6년·12만㎞ 이내인 중고차는 이른바 ‘신차급 매물’로 상품 가치가 가장 높다.

    한 관계자는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반발이 거센 기존 매매업자가 최대 변수”라며 “6년·12만㎞ 외에도 중고차 거래 전산 시스템 등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둘러싼 갈등은 201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고차 매매의 생계형 적합업종 보호 기간이 종료되며 대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고차 판매는 2013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6년간 대기업의 활동이 제한된 바 있다.

    2019년 11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중고차 매매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기부에 제출했다. 중기부는 동반위의 입장을 받은 날부터 3개월 내(3개월 연장 가능) 지정 및 고시해야 한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