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심 벗어나 미국 진출설 '모락모락'2분기 EV 배터리 수익 턴어라운드, 가파른 실적 개선 전망현금창출력 개선 바탕 재무안정성 '우수'… 승부수 띄울 듯
  • ▲ 삼성SDI. ⓒ뉴데일리DB
    ▲ 삼성SDI. ⓒ뉴데일리DB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과의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는 가운데 삼성SDI가 아직 미국 내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아 향후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나 올해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등 이익창출력이 개선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 여력도 갖춰진 만큼 미국 시장 진출은 시간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에 합작사 설립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과 비교된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2025년 7월부터 신북미무역협정(USMCA) 발효로 인해 완성차의 경우 미국 내 생산 비중을 75% 이상 확보해야 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적어도 2025년 이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미국 내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2025년까지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준공 및 양산체제 갖춰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이를 감안하면 아무리 늦어도 2022년에는 착공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연내 미국 증설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보수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삼성SDI가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올 하반기~내년 중에 새로운 증설 계획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SDI는 지난해 말 실적 발표 당시에도 "유럽 고객향 프로젝트 비중이 높은 만큼 당분간은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거점도 면밀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음 문제는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할 것인지, 아니면 배터리 생산공장만 미국에 설립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합작사를 설립할 경우 대규모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특정 완성차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 독점 공급을 하면 다양한 고객사와 공급 계약을 맺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합작사를 설립한 완성차업체의 경쟁사가 공급사로 해당 배터리사를 채택해주겠냐는 것이다.

    합작사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배터리 핵심 기술 유출 우려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에만 R&D 비용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작사 설립이 배터리 업체에는 기회일 수도 있지만, 여러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SDI의 전략은 모든 완성차업체가 고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홀로서기'를 결정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 중 하나는 미시건주에 있는 배터리 조립공장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 공장은 셀을 직접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셀을 들여와 팩과 모듈을 조립하는 곳으로, 용지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 ▲ 삼성SDI 천안사업장. ⓒ연합뉴스
    ▲ 삼성SDI 천안사업장. ⓒ연합뉴스
    삼성SDI가 정중동 행보 속 꾸준히 수익성을 개선한 점과 그에 따른 재무구조 안정화 등으로 신규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삼성SDI는 연결 기준 매출액 3조3381억원, 영업이익 2384억원의 2분기 실적으로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 2조5586억원에 비해 3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영업이익(1038억원)은 129%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진 전년대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는 셈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OEM向 EV 전지 및 신규 원형 EV 프로젝트 공급이 본격화되는 등 자동차 전지의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판단되며 미주 전력용 ESS 공급도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소형 전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및 전동공구 중심의 원형 배터리 판매 호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전자재료 부문은 편광판, 반도체 소재, OLED 소재 등 고부가 소재 비중 증가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며 "전기차 배터리의 고성장세를 바탕으로 상저하고의 실적 패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 13조8045억원, 영업이익 1조74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액의 경우 2015년 4조9548억원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전창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EV 전지는 하반기부터 유럽 OEM向 GEN5 매출이 본격화되고 EV向 원통형 전지 판매 확대로 외형 성장과 함께 본격적인 흑자 구조로 진입할 것"이라며 "소형 전지와 전자재료는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면서 3분기 중대형 전지의 수익 턴어라운드로 연간 기준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높아진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도 제고됐다. 신규 설비 투자나 M&A, 합작사 설립 등을 위한 체력은 갖춰졌다는 평이다.

    분기보고서를 보면 부채 규모가 8조280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조4226억원에 비해 8578억원(11.5%) 늘어났지만 자본 확충(13조6423억원, +9.45%)으로 부채비율은 59.5%에서 60.6%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차입금 역시 3조8623억원에서 3조9070억원으로 소폭 증가(1.15%)했지만, 차입금의존도는 30.9%에서 28.6%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