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CC, 컨테이너, LNG선 등 고부가 위주빅3, 수주 릴레이 계속
  • 연초부터 이어진 수주랠리에 조선업계가 모처럼 어깨를 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중 2곳이 연간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고 대우조선해양도 하반기 대형 계약을 앞두고 있어 목표 수주량 달성은 무난 것으로 보인다. 선박가격도 과거 호황기 수준을 회복해 '팔수록 손해'라는 우려를 낳았던 영업방식 탈피 움직임도 감지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전날 발표한 1조3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포함해 올해 총 108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올해 목표치 149억달러의 72%다. 지난해 수주 실적 94억달러는 이미 넘어섰다.

    삼성중공업도 이날까지 총 48척, 59억달러를 수주했다. 작년 전체 실적 55억 달러는 물론 올해 선박부문 목표치 46억 달러를 초과 달성 중이다. 해양 플랜트를 포함한 전체 목표치 78억달러의 72%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7억4000만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 77억 달러의 35.6%로 다소 저조한 수치지만, 20억달러 이상 규모의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플랜트 계약을 앞두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QP는 노스필드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국내 빅3와 2027년까지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선 슬롯확보 계약을 맺었다. 추가 발주가 계속 이어진다는 얘기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3100만 CGT다. 5월 말까지 발주된 1795만 CGT를 감안했을 때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통상 선박 발주는 하반기에 집중되는 편이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해 2023~2031년까지 연평균 발주량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중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문제는 선박가격이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마진율을 극한까지 내리는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싼 가격을 내세운 중국 조선업의 영업방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수주랠리가 회사 실적개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도크를 놀리게 되면 작업자 임금 등 회사 운영자체가 어렵다보니 울며겨자먹기로 이익이 남지 않는 영업방식을 선택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선가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고 있어 사측에서도 영업전략 수정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선박가격은 2014년 호황기 수준을 어느정도 회복했다는 평가다.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는 지난해 11월 125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136.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2014년 12월 137.8포인트 이후 최고 수치다. 우리 주력 생산 선박인 초대형유조선(VLCC)는 8000만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9300만 달러로 올랐다. 컨테이너선(1만3000TEU급)은 한때 1억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1억 2050만달러 수준으로 회복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LNG선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인데 전 세계 선박 중 5653척이 국제해사기구의 규제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스쿠루버를 장착하거나 새 선박을 발주하는 상황이다. LNG 선박은 기존 연료 선박보다 부가가치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영하 163˚C 극저온의 액화천연가스를 실어나르는 LNG운반선은 화물창 안정성이 핵심"이라며 "국내 조선업은 이 분야에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호재에 조선 빅3의 실질적인 실적개선도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을 3371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744억원보다 4배 이상 올려 잡은 것이다. 매출은 15조3759억원으로 지난해 14조9037억원에 비해 상승폭이 적은 것을 고려하면 마진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