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한국GM 노조… 10만명 청원운동MZ세대 곧장 반대 청원… "노조 그늘에 가려진 인력 적체가 원인"속내는 전기차發 고용 불안… 생산인력 20~30% 덜 필요"노동 경직성 계속 부딪치면 국내공장 유지나 확대 불가능"
  •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현대차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현대차
    만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자동차 업계가 들끓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국민연금 수령시기까지 은퇴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10만명 입법청원 운동까지 나서면서 사회적 의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역풍도 만만치 않다.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 악화로 직결될 것이란 이유로 세대 갈등 조짐마저 보인다.

    일각에선 노조가 임금 인상과 기존 일자리 유지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정년연장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정년연장을 위한 국회입법 청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아와 한국GM 노조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정년연장 법제화로 노사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나타나는 소득 틈(크레바스)을 정부가 메워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14일 국회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정년연장 법제화 요구는 22일 기준 1만3621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청년 실업 문제를 이유로 정년연장을 거부할 순 없다”며 “청년 고용은 정부와 경영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노조는 30일 내 10만 명 동의를 목표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도록 한다는 목표다.

    곧장 반대 움직임도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완성차 3사의 정년연장 법제화에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MZ세대라고 밝힌 청원인은 “기업은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 변화에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정년연장은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자리와 성과 부족 등의 문제는 노조 그늘에 가려진 인력의 적체가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정년연장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가뜩이나 꼬여있는 현대차 등 완성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이 버거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자리 문제와 임금체계 개편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 ▲ 첫 전용 전기자동차 ‘아이오닉 5’ ⓒ현대차
    ▲ 첫 전용 전기자동차 ‘아이오닉 5’ ⓒ현대차
    그렇다면 車 노조들이 정년연장 법제화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이유는 뭘까.

    대개의 전문가들은 노림수가 따로 있다는 지적을 한다. 정년연장 등 고용 안정, 처우 개선은 해마다 반복되는 화두였기 때문이다.

    전기차 등 미래차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앞두고 잉여인력 발생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한 '압박용' 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처럼 들어가는 엔진, 변속기 등이 없다. 모두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대체한다.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엔진 부품이 사라지게 되므로 일감과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 체제가 전기차로 바뀌면 생산 인력은 지금보다 20~30% 덜 필요하다. 최소 7000여 명이 넘는 잉여 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기술직의 5분의 1 수준에 달한다.

    노조는 이 같은 배경과 전기차발 고용 충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지난해 전기차의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현대모비스의 공장 신설에도 정면으로 반발하며 “전기차 부품을 직접 만들게 해달라” 주장했다.

    연장선상에서 최근에는 미국에 5년간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에 반발하고 나섰다. 해외 투자를 확대하면 할수록 일감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연초 생산 라인에 투입할 인원 수(맨아워) 문제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양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양산에 따른 인력 감축과 그 갈등을 아이오닉 5를 통해 확인한 것”이라며 “현대차는 지금 전기차로의 전환을 못 이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와 노동 경직성이 계속 부딪치면 국내서 공장을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미국 등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