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발암물질 검출 라면 원재료 분석결과 "이상 없다"유입 경로 미스터리… 국내 라면도 안심하기 힘들어식약처, 식품 내 에틸렌 옥사이드 관련 기준치 없어
  • 농심이 유럽에 수출한 라면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에틸렌 옥사이드(ethylene oxide.산화 에틸렌)가 검출되면서 국내 유통되는 라면제품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 농심이 해당 제품에 에틸렌 옥사이드가 유입된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국내 유통되는 농심 제품도 발암물질로부터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 내 에틸렌 옥사이드 사용을 금지하고 있을 뿐 함유량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어 면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농심의 라면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도 커져가는 중이다.

    13일 농심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 6일 유럽연합 식품사료신속경보(RASFF) 시스템으로부터 독일에 수출한 ‘해물탕면’에서 1급 발암물질인 에틸렌 옥사이드가 기준치에 148배 검출됐다고 통보받았다.

    해당제품은 각각 지난 1월 27일, 3월 3일에 생산된 수출 전용제품이다. 이후 농심은 ‘해물탕면’의 원재료에 대한 에틸렌 옥사이드 성분조사를 실시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적지 않다. 농심이 이 과정에서 에틸렌 옥사이드의 유입경로를 파악하긴 커녕 해당 날짜에 수출한 제품의 원재료에서도 에틸렌 옥사이드를 검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재료에는 문제가 없는데, 제조된 제품에서 에틸렌 옥사이드가 검출됐다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다. 이는 같은 이유로 국내 유통되는 ‘해물탕면’에 대한 안전을 확신하기 힘든 배경이 된다. 수출용 ‘해물탕면’의 원재료는 국내 유통되는 ‘해물탕면’의 원재료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 

    결국 제조과정에서 에틸렌 옥사이드가 유입됐다는 추정을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농심은 국내 유통 라면의 완제품에 대한 검사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출시하고 시간이 지난 만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는 원재료가 아닌 완제품에서만 에틸렌 옥사이드가 검출된 유럽의 사례를 봤을 때, 안일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생산일 샘플을 회사 내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런 배경에는 식약처의 안일한 대응도 자리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인도산 참깨에서 기준치 이상의 에틸렌 옥사이드를 검출한 이후 식품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식품 내 에틸렌 옥사이드에 대한 기준 조차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에틸렌 옥사이드는 국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이지만 별도의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내부적으로 왜 기준이 없는지에 대해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농심이 국내 생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지 않는 것도 이런 규제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에틸렌 옥사이드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화학물질로 주로 살균 및 소독, 세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체에 지속 흡입될 경우 신장, 간, 신경계 손상과 태아의 사망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매우 높순 수준으로 암 발생을 촉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