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신약 매출 반영 … 바이오 실적 체질 개선 가속선급금·마일스톤 본격 효과 … 흑자전환-최대 실적 잇따라R&D→수익→재투자 선순환 … K-바이오 수익 모델 진일보설비 증설-투자 등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파트너십 기반 강화
  • ▲ 자료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실. ⓒ삼성바이오에피스
    ▲ 자료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실. ⓒ삼성바이오에피스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 성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기술수출과 자체 신약 매출을 앞세운 '수익 창출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상장 후 수년간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적자를 감수하던 업계 추세와는 다르게 상장 초기부터 흑자를 내거나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고부가 사업 강화와 신사업 진출을 위한 설비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연구개발-수익-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에임드바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72억원, 영업이익 2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117억원)은 302% 증가했고 영업이익(-4억원)은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43.5%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에임드바이오는 상장 첫해부터 영업흑자를 달성하며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상장 이후 상당 기간 적자가 이어지는 신약개발 바이오기업의 전형적인 흐름과 대조적이다.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수출 계약이 있다. 에임드바이오는 지난해 10월 고형암 치료 ADC 후보물질을 1조4000억원 규모로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실적에 반영됐다.

    업계는 에임드바이오가 플랫폼 기술 중심이 아닌 개별 ADC 후보물질 위주 개발전략을 택한 점도 차별화 포인트로 본다. 플랫폼 기술은 반복 수출이 가능하지만, 계약단가가 낮은 경향이 있다. 반면 개별 물질 기반 기술이전은 물질 가치를 극대화해 더 큰 규모의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장 전 체결한 바이오헤이븐, SK플라즈마와의 ADC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 역시 세부조건은 비공개지만, 업계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은 물질 자체의 독보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계약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수익구조를 충분히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에임드바이오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분사한 신약개발기업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기반으로 환자 유래 세포를 활용해 항체 후보를 발굴하고, 이를 외부에서 도입한 링커·페이로드와 결합해 ADC 신약 물질로 빠르게 개발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구조적 강점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체 신약 매출을 축으로 한 수익 창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33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37호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의 꾸준한 매출 성장에 더해 중국 임상 3상 성공에 따른 기술이전 마일스톤 수익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신약 매출로 확보한 자금을 후속 항암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기술이전 효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79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7% 성장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593억원에서 403억원으로 31.9% 줄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체결한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수출 계약금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기술수출 수익과 자체 신약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서 바이오기업들의 실적 '질'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본다.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고, 이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로 재투자되는 선순환구조가 안착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이 수익화의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는 분석이다.
  • ▲ 발안2공장 신축 현장. 2025년 10월 ⓒ명인제약
    ▲ 발안2공장 신축 현장. 2025년 10월 ⓒ명인제약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일부 업체들은 설비 증설에 나서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백신 전문기업 유바이오로직스는 총 1115억원을 투자해 춘천2공장 부지 내에 3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백신 시장 확대와 주요 파이프라인 상업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장티푸스·수막구균 등 기존 공중보건 백신 공급물량이 2028년부터 확대되는 데다 2030년 이후 선진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대상포진 백신 상업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 생산 인프라 확보 차원이다.

    3공장은 RSV·대상포진·알츠하이머·면역질환 백신 등 고부가가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회사는 3공장이 향후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확대 및 기술이전 협상에서도 주요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300억원을 들여 경기 화성시 소재 발안 제2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2공장은 고부가가치 펠렛 제형 생산에 특화된 국내 최대 규모 전용 설비 공장으로, 연내 준공이 목표다. 글로벌 수준의 펠렛 제형 설비를 도입해 연간 6억 캡슐, 펠렛 기준 2억 캡슐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펠렛 제형은 약물 방출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해 부작용을 줄이고 복용 편의성을 높이는 첨단 제형 기술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약효 지속성과 환자 순응도 제고를 위해 펠렛 기반 제형을 확대 도입하면서 CDMO 시장에서도 급성장하는 고부가 영역으로 꼽힌다. 완공 후에는 해외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CDMO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다목적 생산기지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말 전남 화순군에 신사옥을 완공했다. 총사업비 76억원이 투입된 신사옥은 연구·공정개발·세포처리·품질관리(QC)·협업 공간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2024년 7월 준공된 생산시설과 인접해 있어 연구개발, 생산, 상업화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회사는 향후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과 클린룸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CDMO 사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연구개발 성과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바이오산업이 상업화·수익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확보한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되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되면서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기술이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을 만드는지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비 투자는 단기적인 증설을 넘어 중장기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견인하는 전략"이라며 "불경기와 과열 경쟁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의약품 생산 거점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