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재 적법성 흔들, 떨어진 위상 재정립 관건항소 가능성 낮아…금융사 CEO들 중징계 감경 유력금감원 인사 파장…사모펀드 사태 임원이 책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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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금융감독원이 패소하면서 금융당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다. 

    금감원이 판단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제재의 정당성이 흔들린 만큼 금융감독의 기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금감원의 흔들린 위상을 다잡기위해 인적쇄신을 통한 조직 기강 확립에 돌입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임원회의를 열고 항소 여부를 비롯해 징계 감경 등 제재심의위원회 재개최에 대해 논의한다. 

    손 회장의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7일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가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감원이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처분(징계) 사유 5가지 중 4가지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해석과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사들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등을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게 원인이 된다며 금융사 CEO들을 징계해왔다. 

    반면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금감원을 상대로 징계취소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손 회장이 승소하면서 비슷한 근거로 처분을 받은 다른 금융사 CEO들의 중징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에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전·현직 금융사 CEO는 10여명이다. 

    금감원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항소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석헌 전 금감원장 시절 추진했던 징계 정당성에 타격을 입는 등 금감원이 무리하게 중징계를 밀어붙였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은보 원장이 금융시장과의 활발한 소통과 신뢰회복을 강조한 만큼 금감원의 감독 방향이 제재 일변도에서 사고예방에 주안점을 두는 쪽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논의를 거쳐 손 회장을 비롯한 금융사 CEO에 대한 중징계가 감경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은보 금감원장이 검토 중인 금감원 임원인사에도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최근 금감원 임원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인적쇄신을 통해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부실 논란 등 강도 높은 제재로 인한 금융사와의 껄끄러운 관계,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감원 임원 중 김동성, 장준경, 이성재 부원장보는 내년 1월 임기가 종료돼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동성 부원장보는 윤 전 원장 시절 DLF‧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금융사 검사와 제재를 진두지휘한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정은보 금감원장은 빠르면 수일 내에 임원인사를 하거나 늦을 경우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임원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 유관기관인 금융보안원장에는 최성일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일 부원장이 떠난 자리는 이성재 부원장보가 채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