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거래일간 코스피 5.33%·코스닥 8.29% 급락글로벌 증시 대비 낙폭 과대, 공포감이 불러온 과도한 투매증시 악재에 투심 단기회복 어려워…부채한도 협상은 잠재적 주가반등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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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가 공포를 낳고, 투매가 또 투매를 불렀다."

    국내 증시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증권사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최근 겁에 질린 고객들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기 위한 투자자들의 투매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시장의 공포를 불러 또 다시 2차 투매로 번지면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최근 3거래일 동안에만 코스피는 5.33% 하락했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3000선이 무너진데 이어 하루 만에 2900선까지 위협받고 있는 모습이다. 코스닥 하락세는 더욱 급격하다. 지난 1일 1000선이 무너진 코스닥은 3거래일간 8.29% 하락하면서 9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 6일 코스피는 간밤 뉴욕증시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오전 상승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서 급격히 지수가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1.82%, 코스닥은 3.46% 하락했다. 항셍지수(0.57%), 닛케이225지수(1.05%), 대만가권지수(0.41%) 등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10시 25분 현재 전일 대비 22.44포인트(0.77%) 상승한 2930.75, 코스닥은 20.14포인트(2.18%) 오른 942.50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지수 반등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선 2188억원, 코스닥에선 1313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전국 증권사 지점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다급한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지수 하락에 대한 이유는 물론 이제라도 손절 또는 수익 실현을 해야 하냐는 문의다. 

    중소형사 한 PB는 "지난 이틀간 하락으로 올해 벌어들인 수익이 결국 '제로'가 됐다는 투자자가 적지 않았고, 계좌 상황상 더이상의 하락은 안된다고 하는 하소연도 많았다"면서 "평소 전화를 잘하지 않던 무거운 투자자들까지도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의 하락 배경을 시장의 공포심리에서 찾았다. 매크로 환경에 따른 하락장이라기보다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지면서 매물이 매물을 불러 지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사 한 PB는 "전날 코스피는 시초가가 높고 종가가 낮은 음봉이 나왔다. 신용을 쓴 투자자들은 반등한 오전장에서 조금이라도 수익이 커졌을 때 투매하고, 여기에 공포심을 느낀 일반 투자자들도 덩달아 주식을 던지는 2차 투매 현상"이라면서 "내부적으로 계좌 상황을 들여다보면 평소보다 상당한 수준의 반대매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흐름 자체로 시장이 부담을 크게 느꼈던 장이자, 수급 상황으로 볼 때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장"이라면서 "코스닥마저 순매도로 돌아서는 것을 보면 개인들의 투자 심리가 굉장히 많이 꺾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시장을 주도해온 섹터인 2차 전지 관련주들조차 무너지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지난 6일 엘앤에프(8.96%), SKC(8.38%), 포스코케미칼(7.95%), 일진머티리얼즈(7.31%), 에코프로비엠(6.15%) 등 최근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그간 많이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데다 반대매매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한 PB는 "최근 2차전지 종목을 들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클 정도로 살아있는 주도 섹터였다"면서 "주가가 크게 조정받자 저가매수에 대한 문의도 간혹 있었는데, 주도주가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면서 추가 지수 하락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 하락의 배경이 됐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 미국 부채 한도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중국 전력난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이 지속되는 만큼 꺾인 투심이 단기간 회복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최근 정부의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한 경고 목소리로 증권사의 신용거래 융자 한도 관리가 강화되는 모습인데다, 대주주 양도세 회피 수요로 연말로 갈수록 개인들의 매도 우위 흐름이 나타난다.

    다만 교착 상태에 빠진 미 부채한도 협상이 결과론적으로 양당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잠재적인 투심 회복 재료로 거론된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이 다른 법안과의 패키지 처리 방침을 접고 별도 처리에 나설 경우 공화당 역시 정치적 입지 쟁취만을 이유로 반대하기는 책임 부담이 커 제때 양당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연방정부 부채 한도 이슈는 악재 해소 대기 요인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잠재적인 주가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