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겹악재에 2900선 횡보…단기 저점 2880선 전망도지난 8거래일간 외인 2조원대 순매도…기관은 곱버스 주워담아지수 하단 방어하던 개인 수급도 크게 위축
  • 코스피가 대내외 겹악재에 흔들리며 2900선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기관 투자자는 지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그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던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 역시 위축되면서 당분간 코스피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2.08%(62.88포인트) 내린 2956.30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일 30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29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을 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특히 코스피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8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조844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대내외 악재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 투자 심리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 심화와 미 부채한도에 대한 정치권발 불안감, 중국 전력난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겹이 쌓인 대외 악재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심을 위축시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환율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1194.6원으로, 지난해 7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대외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점쳐져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반감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오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며 "유동성 회수에 대한 걱정은 보통 전체 글로벌 금융시장 중 가장 위험한 자산에서 돈을 먼저 빼게 만들고, 그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시장"이라고 분석했다.

    기관 투자자 역시 매도세가 거세다. 지난 7일 기관투자자들의 6000억원대 순매수로 지수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최근 8거래일간 기관은 1조2018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던졌다.

    특히 기관은 코스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순매도를 이어간 동안 기관투자자들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들은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이 기간 2027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200 지수가 1% 오르면 2% 손실이 나고, 1% 떨어지면 2% 오르는 방식의 상품이다. 또한 기관은 'KODEX 인버스'를 593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해부터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순매수로 대응하며 증시 하단을 떠받치던 개인투자자들의 수급도 최근 크게 위축됐다.

    지난달 코스피에서의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은 60.5%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8일 기준 이 비중은 59.3%로 더 낮아진 상황이다. 지난 8거래일간 개인 순매수 규모는 3조1483억원으로, 올해 1월 20거래일 동안 25조8705억원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할 땐 크게 쪼그라든 규모다.

    금융당국의 강화된 대출 관리에 은행권 가계대출 비롯해 증권사 주식담보 대출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개인 수급 영향력을 낙관할 수 없는 배경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출 규제는 레버리지 규모를 축소시킨다"면서 "주식담보대출 규제 가능성과 주가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출회 등도 수급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환율 상승이 지속되는 현 상황은 외국인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며 "개인의 거래 비중이 감소하는 등 수급 영향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외국인 컴백의 선제 조건은 환율의 안정"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 기한이 오는 12월로 유예됐음에도 악재들은 대체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권가에선 코스피 지수 하단을 2880선까지 제시하며 2900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환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시장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악재가 상존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비중이 크고 경제의존도가 높아 한국 증시는 중국발 리스크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단기에 큰 폭의 반등을 보이기보다는 현재 지수대에서 높은 변동성을 수반한 등락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면서 주간 코스피 밴드를 2880~3020선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