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위한 필터링 의무 적용이용자들 ‘검열’ 수준 조치라며 반발성착취물 걸러내는데 한계... 실효성있는 입법 필요
  • ▲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뉴데일리
    ▲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뉴데일리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네이버·카카오 등에 적용되자 이용자들은 ‘검열’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법에서 제한하는 범위와 한계도 명확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의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유통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시행했다.

    불법촬영물이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당사자 본인 의사에 반한 촬영물로 지정한 영상을 말한다. 음란물이나 성착취물 등의 용어와 혼동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심의 기관에서 심의되고, 조사해서 의결되고 그것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불법촬영물로 인정되며, 이를 재배포하는 것만 법으로 제재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관계자는 “새로 나오는 불법촬영물이 필터링이 되지 않는 문제는 있을 수 있다. 원래 입법 취지가 한번 올라가면 빠르게 확산되기 쉬운 디지털 성범죄물의 재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법촬영물은 (노출이 심하지 않은) 수영복 사진, 영상이라고 해도 본인 의사에 반하면 그게 불법촬영물로 인정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기계는 불법촬영물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방심위에서는 불법촬영물로 의결한 정보의 DB를 구축하고 디지털 특징정보로 코드화한다.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는 동영상 특징정보코드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위와 같은 방식은 영상 재배포 시 이용자가 확장자를 바꾸거나, 파일 압축 등 가공을 하면 식별이 불가능한 한계도 가지고 있다.

    시행법에 따르면 불법촬영물을 소지하거나 저장하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따라서 인터넷 사업자들도 걸러내지 못하면 처벌받을 수 있어 부담이 더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에서 요구하는 건 불법촬영물로 심의, 의결된 내용이 재유통 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하라는 것. 그것만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사업자들은 이와 별도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네이버는 AI 기반 영상·이미지 필터링 기술을 통해 음란·불법 게시물의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카카오도 자체 운영정책을 통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불법촬영물 외 문제가 되는 게시물에 대해 사용 임시 제한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법안 시행 이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능이 적용되며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방심위에서 검토한다는 문구가 표시되고, 게시나 전송이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정부 차원의 ‘사적 검열’로 받아들이고 반발하는 일부 이용자들은 검열 테스트라며 음란물에 준하는 사진과 영상을 오픈채팅방 등에 올리는 방식으로 항의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검열’이라며 비판하자 방통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정부는 사업자가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잘 이행하는지 점검하기만 할 뿐 내용을 사전 심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검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인터넷 사업자의 사적 검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해당 조치는 ‘일반에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에만 적용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반에 공개돼 유통하는 정보로 제한하면서 n번방 방지법이라는 취지가 무색한 결과가 나타났다. 아동 성착취물 공유 등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은 제재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방통위는 사적 대화방에서의 디지털성범죄물 유포에 대해서는 신고포상제, 경찰의 잠입수사, 국제공조 등 수사를 통해 해결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법 적용 대상을 일반에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를 대상으로 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일반적인 카카오톡 대화방, 라인 대화방 등과 마찬가지로 텔레그램도 사적인 대화방이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텔레그램 이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트위치tv 등 국내 10만명 이상 이용자를 보유한 해외 서비스는 국내 서비스와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n번방 방지법에 대해 ‘졸속입법’이라며 진단과 처방이 맞지 않는 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이런 법이 만들어진 배경은) 법에 대한 맹신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법으로는 실효성을 높일 수 없고, 검거력을 높이는게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범죄 억지력은 검거율을 높이는 데 있다”며 “집행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법을 만들었어야 한다. 모니터링 하는 법은 쓸모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