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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최근 'n번방 방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가운데, 기술적 조치 및 해당 의무 적용 대상이 여전히 모호해 업계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10일 시행된다. 방통위가 남은 4개월여 동안 해당 논란을 잠재울 묘수를 찾아낼 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 발표 이후 일부 스타트업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특히 높다.
당초 불법 촬영물에 대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자로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 서비스 사업자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부 스타트업까지 해당 사업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정보통신서비스 부문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지난해 말 기준 직전 3개월 간의 일일 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년 내 불법 촬영물 등 관련 시정 요구를 받은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했다. 문제는 '하루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사업자도 관련 대상자로 분류돼 규제를 받아야 한다.
사업자가 취해야할 기술적 조치도 일부 스타트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사업자가 해야 할 기술적·관리적 조치 중 하나로 '정보 특징을 비교해 방심위에서 심의·의결한 불법촬영물 등에 해당할 경우 게재 제한'을 내놨다.
업계는 방통위의 '표준 DNA DB' 기술 기반, 사업자들에게 관련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본 기술은 불법촬영물의 데이터 값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해당 DB의 특징값과 업로드되는 동영상의 특징값을 대조해 불법촬영물일 경우 업로드하지 못하도록 필터링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IT전산 시스템과 연동을 해야한다. 스타트업들은 이를 위한 자체 비용 부담과 기술적 한계로 인한 관련 기술 도입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의 명칭을 비교해 불법촬영물 등에 해당하는 정보일 경우 검색 결과를 제한하는 조치(금칙어 기능, 연관검색어 제한 등)'등의 내용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금칙어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든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 만약 금칙어에 대한 검색을 제한할 경우, 해당 내용에 대한 자료 등을 구할 때 검색 제한으로 이용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불법 촬영물에 대한 인터넷 사업자의 차단·삭제 조치가 임의성을 내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방통위는 불법촬영물의 판단이 어려운 경우 사업자가 임시적으로 차단·삭제 조치를 하고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토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방심위 심의 이전에 인터넷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임시 차단·삭제 조치를 한다는 것이여서 책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법 개정을 촉발시킨 '텔레그램'에 대한 구속력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방통위는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의 자격요건을 해당 사업자의 임원 또는 담당 부서의 장으로 하고, 불법촬영물과 관련된 교육을 매년 받도록 했다. 해외사업자들이 책임자를 내세우며 관련 조치를 이행할 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이 유지되는 동안 관련 모순점이 계속 터져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플랫폼 업체는 콘텐츠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플랫폼 업체에다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범죄를 예방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전체주의 국가처럼 시장에 사전 검열을 가하는 것"이라며 "법안에 기재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결국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용자들의 이용 내역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업체는 콘텐츠가 올라가고 교류되게 하는 인프라만 제공하는 곳이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아니다"라며 "해당 플랫폼을 통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해당인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플랫폼 업체에게까지 그 책임을 전가하며, 마치 플랫폼 기업들에게 경찰이 될 것을 요구하는 것을 옳지 못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는 여러가지가 있다. 여성의 성적인 측면, 청소년들의 보호도 있지만, 시장에서의 경제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 역시 지켜져야할 가치"라며 "기업들에게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현 정부의 규제 마인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본 규제는 글로벌 표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개정안이 추가로 수정이 되던 되지않던 관련 모순점들이 계속해 터져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