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발언 논란에 신세계 주가 급락오스템임플란트 횡령에 주식거래 정지…경영진 책임론 커져카카오페이 먹튀… 대표 사퇴에도 주가 폭락세 못 막아
  • ▲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 ⓒ각사
    ▲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 ⓒ각사
    최근 주식시장이 상장사 임원·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발언 논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과 카카오페이 임원들의 스톡옵션 시세차익 먹튀논란에 이르기까지 경영진 리스크로 인한 주가 폭락으로 애꿎은 개미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장중 한때 8% 넘게 떨어졌던 신세계 주가는 전일 대비 6.8% 하락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도 5% 넘게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두 회사 시가총액은 2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다만 11일 오전 9시30분 현재 신세계는 2.7%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0.75% 상승하며 전날 낙폭을 일부 만회 중이다.

    하락은 안전 투자를 지향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견인했다. 기관은 신세계 주식을 136억원 순매도했는데, 이 물량은 최근 1년 새 최대 수준이다. 외국인도 이 주식을 6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신세계 관련주가 급락엔 최근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시진핑 주석 사진이 담긴 기사에 '멸공'을 해시태그한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는데, 중국을 상대로 한 면세점·화장품 사업에 위험 요소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해당 게시물을 지우고 이날 오후 해명글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홍콩의 유력 매체까지 정 부회장의 멸공 행보를 보도하기 시작하는 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주가가 급락하자 신세계 계열사 주주들은 오너리스크가 심화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계열사 관련 종목 토론방에서는 추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최근 주식시장엔 경영진 리스크로 인한 주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시가총액 2조원 규모·코스닥 시총 20위권 오스템임플란트는 회사 재무팀장이 2000억원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3일부터 주식 거래 정지 상태다.

    일개 자금담당 직원이 잔고 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역대 최대 규모 횡령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스템임플란트 내부통제, 감사 등 경영 투명성에 큰 허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던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8년전 횡령 배임사건이 연루되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여기에 최 회장이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활용해 1100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주식담보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이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전체 주주 1만9867명 중 99.9%인 1만9856명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의 소송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법무법인 오킴스·한누리 등은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소액주주들의 피해 복구를 위한 공동소송 원고 모집에 돌입, 지난 10일 기준 1000여명이 소송 참여를 밝혔다.

    경영진의 주식 차익 실현 '먹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이 회사 임원 7명은 카카오페이 상장 한달 만에 스톡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약 900억원을 현금화했다.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의 차익 실현이 이뤄지자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주식 집단 매각이 벌어진 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날로, 호재를 이용해 기습적으로 팔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주요 임원의 주식 대량 매각이 악재로 인식되면서 주가는 이후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는 전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 났고, 카카오페이는 한 달 만에 24% 가까이 내렸다.

    비판이 거세지자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 대표는 결국 지난 10일 자진 사퇴했다. 류 대표의 사퇴에도 이날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카카오 등 관련주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특히 이날 다른 주요 은행주들이 일제히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카카오뱅크는 7% 넘게 급락했다. 11일 오전 9시30분 기준 카카오페이(0.67%)·카카오뱅크(2.35%)·카카오(1.66%)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영진 리스크로 인한 주가 폭락으로 애꿎은 개미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과 경영진의 투자자 신뢰를 담보할 수 있도록 구태한 인식 개선과 정책 개선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소액주주와 대주주 모두 평등한 주체임에도 실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공정하지 않다보니 오너리스크, 임원리크스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제도를 만들고 감독하는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소액주주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영진의 특권 의식은 이미 오랫동안 굳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최근 각당 대선주자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자본시장 공약을 내걸고 있는데, 이렇게 자본시장이 대선 국면에서 주목받은 것도 이례적"이라면서 "단순히 공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행돼 투자자들이 안전하고 공정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