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연준 긴축 기조에 증시 변동성 높아져경기회복 기대 후퇴·인플레 우려에 상승 탄력 회복 쉽지 않아반도체 등 대형 경기민감주 선별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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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보다 빠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가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코스피가 상승 탄력을 회복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불안 요소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데다 4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있지만 더딘 내수회복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익 증가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12% 내린 2921.92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외 증시는 미 연준의 긴축·금리 인상 우려에 직격탄을 맞았다. 연준이 매파적 기조로 돌아서면서 미국 증시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연준의 긴축 확대 불안감에 2.51% 급락했다. 닛케이225지수는 1.28%, 토픽스지수는 1.93% 내렸고, 상하이종합지수도 0.96% 하락했다.

    주요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공개 발언이 이어지면서 긴축 우려는 여전하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중 기준금리를 3~4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연준이 오는 3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종료하자마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필라델피아 비즈니스저널 주최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3월 금리인상 시작과 연내 3∼4회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준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점진적 금리인상 시작 결정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물가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12월 CPI는 전년 대비 7.0% 상승해 1982년 6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는 0.5% 올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인상 지지 공개 발언이 이어지며 연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재차 확산됐다"며 "미 연준의 긴축 우려라는 대외 악재의 주식시장 영향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통화정책 이슈에 일희일비하고 있다"며 "특히 12월 FOMC 의사록에서 QT가 언급된 이후 시행시기, 속도에 대한 시장 해석에 따라 급등락이 반복됐다. 달라진 건 투자심리일뿐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변함이 없고 미 연방금리 선물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초 이후 경제 지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ISN 제조업지수는 예상치를 하회했고, 미국 신규 고용자 수 쇼크에 이어 소매판매, 산업 생산,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 모두 예상치를 하회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지난달보다 경기 둔화 양상이 뚜렷하다"며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았다는 의미이자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가 실망감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해지는 가운데 예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치질 등으로 4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기저효과가 맞물리면서 지난해에만 해도 증권가에선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한 목표주가 상향 보고서가 쏟아졌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이달 들어 증권가는 중국 수출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낮춰잡았고, 플랫폼 사업에 대한 국내외 규제강화와 실적 부진 전망 등을 이유로 네이버·카카오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했다. 크래프톤 등 게임주들의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는 줄하향 추세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약화됐고 병목현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4분기 실적 시즌은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할 수 있지만 상승 동력이 되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이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끝이 아닌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매파적인 통화정책 스탠스 부담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후퇴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수적 대응, 방어적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금리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반도체와 차량 중심의 분할 매수가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외국계 시각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 대비 주가 부담이 적은 종목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철강, 화학, 조선, 기계, 금융 업종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