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4차철도산업발전계획 이달말경 발표수평통합 결론 빠질 듯…평가항목 가중치 이견차량제작사 정비참여'…방지대책 SR에 유리SR상임이사 코레일 독식 깨져…낙하산 논란 아쉬워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통합논의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 출범 5년이 넘은 SR은 인사, 차량정비 등 여러모로 코레일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편 철도업계 일각에선 정권 교체기 국토교통부의 SR에 대한 영향력이 다시 커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SR 상임이사 공모를 둘러싸고 불거진 낙하산 논란이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견해다.

    ◇수평통합 사실상 물 건너 가

    8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말쯤 제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말 기본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다만 지방자치단체, 철도운영사, 관계부처와의 협의, 철도산업발전위원회 등 행정절차가 늦어진다면 4월로 넘어갈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기본계획에 담아 발표하려던 코레일·SR 통합 여부는 결론을 내지 못해 빼고 발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관련) 연구용역에서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밀어붙이는게 아니라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에서 결론을 내기로 했던 부분"이라며 "이달초중순쯤 분과위를 다시 열어 논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통합관련 찬반 의견이 분분한데다 평가항목에 가중치를 둘지, 둔다면 어느 항목에 둘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어서 철도산업 구조조정 부분은 빠질 공산이 크다.
  • ▲ 탈선 현장.ⓒ연합뉴스
    ▲ 탈선 현장.ⓒ연합뉴스
    ◇제작사 정비 참여… 코레일노조 논리 힘 빠져

    다만 최근의 돌아가는 상황은 수평분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옮겨가는 형국이다. 국토부는 지난 7일 KTX 차륜(바퀴) 파손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고속열차 안전관리·신속대응 방안'을 내놨다. 정비장비·기술 고도화와 함께 현재 코레일이 전담하는 열차 정비에 현대로템 등 차량 제조사를 참여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앞으로 주력모델이 될 동력분산식 고속열차(EMU-320) 등의 정비와 관련해 SR은 '제작사 일괄정비계약', 코레일은 '기술협업부품 유지보수계약'을 통해 제작사가 품질보증방식으로 정비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열차 정비는 코레일노조의 대표적인 통합주장 논리 중 하나다. SR이 코레일에 차량정비를 의존하는 구조에서 불균형한 경쟁이 이뤄진다고 주장해왔다. SR은 유료로 SRT를 정비하고 있지만 일부 통합 찬성론자는 마치 SR이 코레일로부터 공짜 정비를 받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차량 정비비용을 터무니없이 받는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SR은 그동안 자체정비를 위해 SRT 정비 비중이 높은 호남 광주송정 차량정비기지에 눈독을 들여왔으나 국유재산법 등 관계 법령 정비가 미흡해 울며 겨자 먹기로 코레일에 정비를 위탁해온 측면도 없잖다. 이런 상황에서 열차정비에 차량 제조사 참여가 보장되면 코레일노조의 통합 논리에도 힘이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SR 상임이사 코레일 독식 깨져

    SR 내부에서도 코레일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SR은 작년 12월 영업본부장, 안전본부장, 기술본부장 등 3명의 상임이사 자리를 공모했다. 이중 안전본부장은 청와대 경호처 출신 인사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본부장은 2명으로 후보군이 압축된 가운데 2명 모두 코레일 출신으로 전해졌다. 영업본부장은 국가철도공단 출신과 KB국민은행 '영업통' 출신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출신 후보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게 업계 소식통의 전언이다.

    SR 상임이사는 그동안 코레일 출신이 독식해왔다. 여기에는 주식회사로 출범한 SR의 지분 중 41%를 코레일이 보유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사학연금 등이 나머지 59% 지분을 갖고 있으나 코레일은 최대 주주이다. 코레일이 SR 대표이사 추천권을 행사해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철도업계 일각에선 SR 임원진 구성에 변화가 생긴 것은 SR과 코레일 사이에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레일의 '따놓은 자리'가 3분의 1로 크게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SR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키우는 것이라는 견해도 없잖다. SR 초대 사장인 이승호 대표이사는 국토부 관료 출신이다. 이 전 대표이사는 명예퇴직 후 16일 만에 SR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후임인 권태명 전 사장은 '코레일맨'이다. 후보 추천과정에서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오 전 사장이 KTX 강릉선 탈선사고와 관련해 자진사퇴하긴 했으나 국토부 내부에선 오 전 사장이 SR 문제와 관련해선 제19대 국회 동기인 김현미 전 장관보다 '입김'이 더 센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부산교통공사 사장을 지내다 임기 도중 자리를 옮긴 이종국 현 SR 사장은 철도기술과장, 철도안전기획단장 등을 역임한 국토부 출신이다.

    정권말 국토부가 SR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키우려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사장이 비(非)전문가를 상임이사로 앉히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본부장 내정설이 도는 금융권 출신 인사의 경우 철도영업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이 없어 공모자격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SR 안팎에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내정설이 도는 금융권 출신 후보는 이 사장과 같은 대학 출신으로 철도 영업과 관련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국토부가 정권 말 낙하산 인사로 SR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잖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