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이어 러시아산 원유 금수 검토…뉴욕 유가 110달러 돌파JP모건 "연말 185달러 갈 수도"…美연준, 금리인상 '빅스텝' 시사尹당선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국민 체감경기는 훨씬 어려워"
  • ▲ 주유소 유가 정보.ⓒ연합뉴스
    ▲ 주유소 유가 정보.ⓒ연합뉴스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속 물가상승)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를 두고 미국과 온도차를 보이던 유럽연합(EU)이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에 금수방안을 포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출렁이는 모습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에 맞먹는 에너지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7.42달러(7.1%) 올랐다. 결제일 기준 가장 가까운 달의 선물가격으로는 지난 8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EU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가격상승을 부채질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EU가 러시아에 대한 5차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처가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EU는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가스 금수조처와 관련해 온도 차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이 3%쯤에 불과한 반면 EU는 수입 원유의 25%,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서였다.

    EU가 미국에 이어 러시아산 원유 금수에 나선다면 그만큼 원유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면서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게 불 보듯 뻔해진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3일(현지 시각) 내놓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원유가 판매 부진을 겪고 있고, 66%가 구매자를 찾지 못해 재고로 남을 수 있다면서 서방의 대러시아 원유 제재가 이어지면 최악에는 올 연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85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 ▲ 전략물자관리원 국가별 제재 현황판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 내용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 전략물자관리원 국가별 제재 현황판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 내용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글로벌 에너지가격 불안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1일(현지 시각)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 연설에서 "노동시장은 매우 강력하지만, 물가가 너무 높다"면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이상 올림으로써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게 적절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준금리를 3년3개월 만에 0.25%p 올리기로 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0.25%p씩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금리를 한꺼번에 0.5%p 이상 올리는 소위 '빅 스텝'을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발 금리 인상은) 주변국에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 불가피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 내 수익률이 높아지면 우리는 원화 약세가 진행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측면이 없잖다"고 했다. 원화 약세는 수출에는 긍정적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입 원자잿값이 오른 상태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 부담에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겹쳐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훨씬 어렵다"고 현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경제 재도약을 위해 패러다임을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바꿔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 기업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