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 첨단 기술 기업으로 전환 예고수소·AI·로봇 등 미래 신사업 주도조선 부문 실적 개선, 오일뱅크 IPO 등 과제
  • ▲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 2022’에서 그룹의 미래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 2022’에서 그룹의 미래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이 23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오너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을 대표 이사로 선임하고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家)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전날 열린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정 사장은 주총 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내정됐었다. 오는 28일 열리는 현대중공업지주 주총에서도 정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 상정돼 있으며,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오를 예정이다.

    ◇ 제조 중심 기업에서 미래 기술 기업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대표이사 선임을 기점으로 정기선 식(式) 그룹 체질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는 정 사장이 승진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2월 현대중공업지주의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기로 했다. 사명에서 ‘중공업’을 떼어낸 것은 기존 제조업 중심 이미지를 탈피하고 첨단 기술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인데, 재계에서는 사명 변경에 그룹의 차기 총수로 꼽히는 정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2020년 그룹 내 미래위원회를 설립해 위원장을 맡은 뒤 각 계열사 소속 20~30대의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수소·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신사업을 주도하며 중책을 맡아왔다.

    정 사장은 기존 중공업 사업 외에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한 미래 신사업과 기술 개발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주 사명 변경에 앞서 정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미국 CES에서 그룹의 신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사업을 이끌 혁신기술로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 운반·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솔루션 기술 등을 꼽았다.
  • ▲ 정기선 사장이 'CES 2022'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내 벤처 아비커스의 선박 자율주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 정기선 사장이 'CES 2022'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내 벤처 아비커스의 선박 자율주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당시 정 사장은 “지난 50년 세계 1위 쉽 빌더(조선기업)로 성장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인류를 위해 미래 가치를 만들어가는 퓨처 빌더(미래 개척자)로 거듭나겠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사내 벤처 1호인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 개발사 ‘아비커스’를 통해 완전자율항해로 해상 사고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완전 자율운항 성공했으며 지난 1월 미국 선급협회와 자율운항에 대한 단계별 획득을 추진 중에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수소,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수소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 아람코의 테크니컬 서비스 부문 아흐마드 알 사디 수석부사장과 협약서에 서명했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친환경 수소, 암모니아 등을 활용,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에는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육해상을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의 마스터플랜이자 그룹의 수소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 청사진을 내놨다. 

    정 사장은 “유기적인 밸류체인 구축은 수소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그룹 인프라를 토대로 국내 기업들과 시너지를 발휘, 수소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친환경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밝혔다.

    계열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강원도 동해에 1.2GW급 수전해 플랜트를 제작, 부유식 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를 생산하기로 했다. 수소의 안정적인 운송을 위한 수소운반선도 개발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패키지를 개발해 기존 화석연료 선박을 수소연료 선박으로 대체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 수소 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 ▲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한국조선해양
    ▲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한국조선해양
    ◇ 조선 부문 실적 개선·계열사 IPO 등 과제 

    정 사장이 당면한 과제로는 조선 부문의 실적 턴어라운드, 정유 의존도가 높은 그룹 수익구조 개선,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 등이 꼽힌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의 허리인 조선 부문 실적 회복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사를 자회사로 둔 한국조선해양은 이달에만 2조원을 웃도는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 달러 중 현재까지 66억 달러 규모, 총 64척의 선박을 수주하면서 이미 올해 수주 목표의 37.5%를 달성한 상태다. 

    다만 지난해까지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15조4933억원과 영업적자 1조38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에서는 저가 수주에서 벗어나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수주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치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수주 목표 대비 52% 초과 달성하는 등 수주량 증가와 선가 상승에 따른 효과가 올해 하반기부터 반영되면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