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 등 조선업 관련 E-7 비자발급 요건 완화조선업계, 만성적 인력난 해결에 한숨 돌려노동계 “임금 문제 해결 대신 근시안적 대책 반발”
  • ▲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뉴시스
    ▲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뉴시스
    조선업계가 만성적 인력난에 대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 조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일자리가 뺏길 수 있다는 우려로 반발하는 모양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지난 19일 활황기를 맞은 조선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조선업과 관련된 용접공, 도장공, 전기공학, 플랜트공학기술자 등 4개 직종에 대해 E-7 비자발급 요건을 완화하기로 발표했다. 

    경력 도장공과 전기공은 산업부 지정 기량검증단의 실무능력 검증을 통과하면 비자 발급 요건이 학사 학위 소지자는 경력 요건이 면제되고, 전문학사 학위 소지자는 5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이번 지침 개정에 따라 기존에 적용된 용접공(총 600명), 도장공(연 300명, 2년간 운영)에 대한 쿼터제가 폐지된다. 쿼터제 폐지로 수요가 가장 많은 용접공과 도장공의 추가 고용은 물론 직종구분 없이 업체별 맞춤형 고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업체당 내국인 근로자 20% 범위 내에서 외국인 고용을 허용해 국민 일자리를 보호하기로 했다.

    조선소는 지난 5년 수주절벽을 겪으면서 혹독한 구조조정과 고강도 업무로 인해 1만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인력난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조선업계는 늘어나는 수주 물량을 소화하는데 탄력적 고용이 가능해져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조선 3사 모두 지난해는 연초 세웠던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올해 1분기(1~3월)가 지난 시점에 이미 목표의 절반 가량을 채우며 인력난의 우려가 컸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생산기술직 공채를 진행하는 등 인력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황 불황으로 축소됐던 인력이 작년과 올해 수주 일감이 크게 늘면서 현장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인력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 선박 작업 중인 용접공. ⓒ연합뉴스
    ▲ 선박 작업 중인 용접공. ⓒ연합뉴스
    반면 노동계는 조선업 인력난 원인은 ‘저임금’이라고 지적하며 땜질식 정책이 아닌 임금구조 개선을 통한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상규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대외협력실장은 “조선소 인력 부족의 근본적 문제는 임금 문제”라며 “국내 젊은이들이 조선소에 와서 일할 수 있도록 조선소 임금이 상향돼야 하는데 이런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외국인을 들여온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근시안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조선소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일자리를 빼앗기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조선소에 신규인력 진입이 없는 이유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인데, 불황 시기 건설·플랜트 쪽으로 유출됐던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도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인 탓”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입장문을 내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를 해외에서 충원하는 것은 기술 축적을 통한 조선산업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자 제도개선을 통한 단기 이주노동자 채용은 국내 숙련기술자 단절 현상을 발생시킨다”고 반발했다.

    아직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주 미포 등 각 현장마다 파업 정당성을 알린다는 목적으로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임단협 문제로 파업 분위기 고조되는 상황에서 해외 인력 확대가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지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