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LNG선 등 러시아와 66억 달러 규모 계약스위프트 제제·루블화 상환 조치에 대금 받기 어려울 듯조선업계 “상황 예의주시하며 법률 검토 준비”
  •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연합뉴스
    ▲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한국, 유럽연합(EU), 미국 등 전 세계 주요국들의 고강도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이 디폴트 등급까지 추락한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러시아로부터 받을 선박 수주 대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2020년 이후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 규모는 66억 달러(한화 약 8조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러시아로부터 LNG 운반선 3척을 수주해 약 5억 달러, 대우조선해양 LNG 운반선 3척과 LNG 설비 2척을 포함해 16억 달러, 삼성중공업은 LNG선 1척과 러시아 LNG 프로젝트의 선박 블록 등 기자재 공급계약 등 약 45억 달러를 수주했다. 

    러시아는 일반적으로 국영 에너지 기업에서 선박을 발주하는데, 미국이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까지 차단하면서 달러를 통한 대금 지급이 어려워졌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1만1000여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글로벌 전산망으로, 스위프트에서 배제된다는 건 사실상 국제 금융거래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가 중국은행 등을 거치는 등 결제 우회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향해 러시아에 어떤 형태의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인 만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조선업계는 선박 비용의 일부를 선수금을 받고 선박 인도 시점에 남은 대금을 지급하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서방의 대(對) 러시아 경제 제재가 장기화 양상으로 간다면 국내 조선사들이 러시아로부터 남은 대금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해 기업 채무 등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하는 제재를 내린 상태다. 

    달러화와 비교해 루블화 가치는 지난 1년간 1달러에 73~79루블선을 보이다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급격히 떨어져 지난 9일에는 1달러당 138.75루블까지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선주 측에서 루블화로 선박 대금을 치르면 국내 조선업계의 환차손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단 입장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수주계약 후 인도 전까지 시점마다 발주처로부터 돈이 들어오는데 아직 대금을 받을 시점이 오진 않았다”며 “당장 오늘내일 대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 등을 진행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CCC-에서 제한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의미하는 CC로 1단계 추가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