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자체 내비 기반 '실거리제' 배달료 도입 후 '거리축소' 논란"좌회전 금지·P턴 구간 많은 도심 상황서 적합하지 못해"노조 "콜당 100~200원, 1년이면 100만원 손실"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배달의민족 내비게이션이 좌회전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시킵니다.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배달 라이더들이 배달의민족(배민)의 자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 오류에 뿔났다.

    2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플랫폼지부는 배민이 자체 개발한 오픈 소스 길찾기 프로그램 OSRM 기반의 지도 프로그램이 실제 거리를 반영하지 못해 거리 축소로 인한 배달비 삭감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청량리 통닭골목에서 답십리 젠트리움으로 갔을 때 계산거리 차이를 예시로 들며, "배민 자체 내비게이션 OSRM 프로그램은 좌회전을 인식하지 못해 좌회전 신호가 없는 성바오르병원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시킨다"고 밝혔다.

    이를 시행할 경우 배달노동자는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가야 한다. 노조는 "이는 내비 실거리와 약 1km(800원)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성 배달플랫폼지부 북부분회 부분회장은 "배민이 OSRM이라는 오픈 소스를 이용해 지도 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 OSRM이라는 시스템은 도로의 어떤 교통 관련 정보도 입력되어 있지 않는 그냥 말 그대로 순수한 지도일 뿐"이라며 "좌회전 금지와 P턴 구간이 많은 서울 도심의 상황에서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배달노동자들이 음식 등 배달을 위해 이동할 때는 도로교통법을 지켜서 운행을 해야 하는데 불법을 오히려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 ⓒ배민 라이더 노조
    ▲ ⓒ배민 라이더 노조
    이어 노조는 배민의 내비실거리가 출발지와 도착지가 정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배달의민족이 지름 약 350m 차이가 나는 육각형에 출발지와 도착지의 구체적 위치 상관 없이, 육각형의 가운데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정훈 배달플랫폼지부 서부분회장은 "우리가 수집한 콜을 보면 80% 이상의 콜이 거리가 작게 측정됐다"며 "콜당으로는 100원~200원 적게 지급되는 것이지만 1년으로 하면 많게는 100만원 이상도 임금을 적게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비 실거리제'는 배달의민족에서 단건 배달 주문을 수행하는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과 민주노총 배달플랫폼지부는 지난 1월,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배달료를 산정하던 기준에서 내비게이션 실거리를 기준으로 배달 거리에 따라 할증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체계다. 이후 3개월이 지난 4월5일부터 시험 운영을 거쳐, 12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오류 발생으로 두 차례 연기된 후 지난 21일 전국에 시행됐다.

    배민은 카카오나 티맵, 네이버 등이 상용 지리정보 회사에 지리정보를 이용하면 지불하게 될 API 비용에 대해 고민하며 결국 자체 서버 구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 측은 "실거리제 시스템은 아직 시행된 지 얼마 안된 서비스로, 현재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 측은 사측에 오류 시정과 대책마련, 그간의 오류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노조는 금일 오후 배달노동자 300명이 모여 오토바이 행진 집회를 열고, 사측과 면담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