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전 부회장의 역습 배경엔 '경영권 프리미엄'캐스팅보트 쥔 구미현 씨 설득될까… 주주배당 가능성횡령 기소 여부에 따라 향후 또 다른 국면 맞을 수도
  • ▲ 왼쪽부터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 ⓒ아워홈
    ▲ 왼쪽부터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 ⓒ아워홈
    식자재 유통기업인 아워홈을 두고 남매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동생인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영권, 지분매각을 두고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우고 나선 것. 현재까지 우세한 것은 다른 남매 구미현씨를 우군으로 확보한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다.

    아워홈이 비상장사인 탓에 구지은 부회장이 우위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이 ‘남매의 난’ 중심에 피보다 진한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3일 아워홈에 따르면 현재 구본성 전 부회장 측과 구지은 부회장의 갈등은 첨예해지는 중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지난 25일 지분 매각을 위한 회사 측의 협조를 얻지 못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이튿날 아워홈은 “명분 없는 경영 복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경영복귀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상황이다. 

    이들의 이런 여론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은 변동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비상장사로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씨의 지분 합은 57.84%로 절반이 넘는다. 지분 20.67%를 보유한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다른 자매 구명진 씨의 19.60%를 우군으로 확보하더라도 우위를 점하기 힘든 구조다.

    때문에 아워홈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이를 통한 이사 선임, 나아가 아워홈 매각까지 이뤄지는 과정에서 구지은 부회장이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 ▲ 왼쪽부터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 ⓒ아워홈
    그럼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변수로 구본성 전 부회장의 횡령 혐의를 꼽는다. 아워홈은 지난해 11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을 당시 자신의 월급과 성과급을 정해진 한도보다 2배 가까이 높게 잡아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고소한 바 있다.

    현재까지 이 고소에 대한 소환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유죄가 유력해진다면 구지은 부회장이 키를 쥘 수 있다. 피해자인 회사 측과의 합의 여부가 처벌 수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아워홈이 주장한 횡령액은 60억원으로 이 주장이 받아드려질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속도가 가장 큰 변수가 된다. 기소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이 확정되기까지는 길게는 수년간 걸리는데 반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매각 추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구본성 전 부회장이 ‘고소 취하’를 매각의 단서로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구본성 전 부회장의 우호지분인 구미현 씨가 변수가 되리라는 관측도 있다. 그가 지난해 구본성 전 부회장의 해임 당시만 하더라도 구지은 부회장 편에 서있었기 때문. 당시 구미현 씨의 지분 19.28%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해임에 결정적인 캐스팅보트가 됐다.

    그런 구미현 씨가 1년만에 입장을 뒤집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서게 된 배경에는 아워홈이 지난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아워홈의 무배당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반면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총 당시 1000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한 바 있다. 결국 구지은 부회장이 구미현 씨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끝으로 네 남매가 모두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결국 이번 경영권 분쟁의 본질은 돈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개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구미현 씨와 손을 잡은 것은 단순한 지분 매각 이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겠다는 의미가 크다. 

    이 경우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가 버텨서 얻는 이득은 많지 않다. 경영권을 새로운 인수자에게 빼앗기느니 경영권 프리미엄을 함께 받는 방향으로 극적 합의가 진행될 가능도 거론되는 것. 여기에는 이번 ‘남매의 난’이 봉합되더라도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한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수 있는 불안한 지배구조도 자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에서 벌어진 형제, 친인척간 경영권 분쟁의 사례를 보면 원만하게 봉합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며 “아워홈은 지금까지 다른 경영권 분쟁과 달리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는 다른 변수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