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사, 주말에도 실무 교섭 이어가연차별 임금 격차 조정·직무환경수당 핵심 쟁점조업 중단 피해 1000억원…생산성 적신호
  • ▲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달 27일부터 울산 본사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
    ▲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달 27일부터 울산 본사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파업 2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사측과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21년도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주말에도 실무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조업 중단에 따른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만큼 9개월가량 끌어온 임금협상이 언제 종지부 찍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주말에도 임금협상을 위한 실무 교섭을 이어갔지만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앞서 파업 6일차였던 지난 2일 한 달 넘게 중단됐던 본교섭이 이뤄지면서 노사간 대화의 물꼬가 트였지만 이후 매일 진행된 실무교섭에서 번번이 암초에 걸렸다. 

    이번 임금협상의 쟁점은 연차별 임금 격차 조정과 직무환경수당 개선 문제다. 

    노조는 지난 10년간 조선업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정체된 임금 구조 탓에 오랜 기간 재직한 숙련공과 신입의 임금 차이가 크지 않거나, 같은 연차, 같은 직무여도 임금에 차이가 있어 연차별 기준 임금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경력직의 임금은 상황에 따라 실무부서와 협의해야 한다며 누적된 적자로 인해 추가적인 재원 마련에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21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4분기는 4810억원의 적자를 냈다.

    또 노사는 직무환경수당 개선을 위해 금액을 상향조정하고 직무환경 등급 조사를 외부기관 맡겨 직급 조정, 소급하는 방안으로 뜻을 모았지만 소급시기와 금액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환경수당은 직무 강도를 측정해 강도 높은 업무에 추가 수당을 주는 제도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금 문제 해결은 조선업이 본격적인 회복으로 가는 데 가장 큰 관문이 될 것”이라며 “조선 수주가 크게 늘다 보니 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하청노동자들까지 조선업 불황 동안 억눌려온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회사는 노동자가 요구하는 만큼 올려줄 여력이 안된다"며 "올해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연구위원은 “불황 당시 조선사는 낮은 선가 탓에 이윤이 없어 임금 인상 여력이 없었다면 수주풍년인 지금은 오른 선가만큼 재료비가 올라 임금 인상을 해 줄 여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반면 노동자들은 다른 제조업이 임금 인상하는 동안 2015년 이후 거의 동결 수준인 임금을 버텨왔다. 최근 수주 호황이 이어지자 노동자들은 그동안 참아온 만큼 보상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이 간극으로 인해 노사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수주는 잔뜩 해놨는데 조선소에 일할 노동자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고강도 노동 대비 낮은 임금으로 그동안 조선업 종사자들의 인력 이탈이 심했다. 지금 수준의 임금으로는 수주 물량을 감당할 인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임금협상은 조선소로서는 쉽지 않은 조건”이라고 우려했다. 
  • ▲ 지난해 8월30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2021년도 임금협상' 상견례가 개최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 지난해 8월30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2021년도 임금협상' 상견례가 개최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 조업 중단 피해 1000억원…실적 턴어라운드 멀어지나  

    9개월째 끌어오고 있는 임금협상에 노조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생산성엔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올 한 해 파업 등 조업 중단에 따른 예상 손실 규모가 1000억원 남짓일 것으로 추산하면서 적자 탈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8개 주요 조선사 노조가 현대중공업 파업에 연대투쟁 계획을 밝힌 만큼 파업 추가 연장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일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조선소를 떠난 노동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청년 노동자들이 유입돼야 조선업은 살아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적당한 생활임금과 작업장 안전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연대 투쟁의 뜻을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3월15일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성과급 148%,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6.76%가 반대하며 부결, 2차 잠정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