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청문보고서 채택 7명뿐… 尹 임명 강행 수순허니문없이 정국 급랭 불가피… 여소야대 리스크 현실화시행령 개정으로 대응…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등 우선시행
  • ▲ 윤석열 정부 출범.ⓒ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 출범.ⓒ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10일 공식 출범했지만 초대 내각 구성은 반쪽에 그쳤다. 경제팀을 이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문턱을 넘어섰지만 경제통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부동산정책을 총괄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등은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태다. 윤 대통령이 나머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 새 정부 초기부터 정국이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와이(Y)노믹스'(윤석열 정부 경제정책)도 출발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0시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지하에 있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국군통수권을 넘겨받는 것으로 공식 집무에 돌입했다. 취임식은 오전 11시 국회 본관 앞에서 열렸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초대 내각은 반쪽 구성에 그쳤다. 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국토부·법무부·행정안전부·외교부·보건복지부 등은 민주당 반대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국회 검증을 통과한 장관 후보자는 7명에 불과하다. 당장 오는 12일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결 정족수(장관 15명 이상)를 채우려면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3명이 모두 참석해야 하는 등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15개 부처 20개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며 발 빠르게 '차관 내각' 체제를 갖췄으나 새 정부 초기 장관이 빠진 상태에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한계가 있다.

    윤 대통령은 9일까지 정호영(복지부)·원희룡(국토부)·이상민(행안부)·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박진(외교부) 등 장관 후보자 5명에 대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사실상 임명을 강행하려는 절차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임명 강행시 여야간 협치는 물 건너가고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려됐던 '여소야대' 리스크가 전면에 부각하면 법 개정 등을 통한 각종 규제 완화의 속도가 떨어지고 172석의 거야(巨野)가 된 민주당이 사사건건 딴지를 걸 수 있어 Y노믹스 추진에도 적잖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 ▲ 국회 앞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연합뉴스
    ▲ 국회 앞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른바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입법 우회'를 고려했던 배경도 여소야대 구도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민주당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행정규칙 개정만으로도 진행할 수 있는 공약을 따로 선별했던 것. 여기에는 인수위 등에 과거 MB(이명박) 정부시절 인사가 적잖게 포진한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과거 MB 정부는 200여개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입법을 추진했지만 법개정 작업이 녹록잖아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뒤에야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국정과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당시 플랜B(대안)가 없었던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고 이번 인수위에서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게 도심의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 완화다. 부동산정책은 정권 교체의 도화선이 된 뜨거운 감자로 윤석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다.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30년 이상 낡은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안전진단 기준중 비중이 50%로 높아져 신속한 재건축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는 구조안전성 항목 가중치를 30%로 낮추는 방안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국토부 시행령·행정규칙 개정만으로도 바로 시행할 수 있어 도심 재건축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용적률 문제도 시행령 개정으로 바꿀 수 있다. 재건축사업의 용적률 법정 상한을 역세권을 중심으로 현재 300%에서 500%로 높이겠다는 공약은 국토부 시행령을 고치면 가능하다.

    반면 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전셋값 폭등을 불렀다는 비판을 산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은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당장 추진이 어렵다.

    문재인정부에서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강행하면서 논란이 됐던 주 52시간 근무제나 최저임금제 등 노동관련 독소조항도 대부분 법을 고쳐야만 Y노믹스의 핵심인 민간주도 혁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동분야는 시행령을 통한 우회 효과가 가장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논란이 컸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시행령에 담긴 표현을 고침으로써 처벌을 위한 처벌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