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청년·신혼부부 내집 마련 금융문턱 낮춰규제완화 vs 금리추가인상 매도자-매수자 '신경전'"주택매수세 예전같지 않아…금리인상에 거래량 회복난망"
  • ▲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220605 ⓒ연합뉴스
    ▲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220605 ⓒ연합뉴스
    정부가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늘리기로 하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상 주택과 한도 기준이 있는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지역과 주택 가격별로 60~70%를 적용했던 LTV를 8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LTV 60%를 적용받아 3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았다면, 7월부터는 4억원(LTV 80%)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생애 최초를 비롯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대한 금융 문턱을 낮췄다. 청년층의 경우 대출받을 때 미래에 늘어날 소득을 반영하기로 했다.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연 소득이 3000만원인 20대 직장인이 9억원의 서울 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구매하면 LTV 80% 이하, 미래소득 인정 등을 적용해 대출 가능 금액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8월부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의 최대 만기도 청년·신혼부부를 기준으로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된다. 청년·신혼부부 요건은 만 39세 이하 및 혼인 7년 이내 부부로, 금리 연 4.4%로 5억원을 대출받으면 40년 만기일 경우 월 이자 부담액은 약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시 월 이자 부담액은 약 206만원으로 약 16만원 낮아진다.

    정부의 이 같은 대출 규제 완화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금 부자가 아니면 사실상 내 집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금융 문턱을 낮춰 현금 부자가 아닌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선 LTV 완화를 해도 규제지역은 대상 주택(9억원)과 한도 기준(4억원)이 있기 때문에 내 집 마련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치솟은 집값과 높은 금리로, 주택 구매 여력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8250만원으로, 2016년 말 5억9828만원에 비해 80.9% 급등했다. 또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도 7억7414만원으로, 5년 전 3억9860만원의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시세 6억원 이하 주택 수도 급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7.7%(9만3474가구)에 불과했다. 2017년 4월 63.5%(79만6793가구)에서 대폭 줄었다. 강동, 광진, 동작, 성동, 송파구는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0%대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부동산 시장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10일 시행된 가운데 기존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들이 속속 나오면서 매물이 늘었으나,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178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인 5월 6일 5만5954건 대비 5829건(10.4%) 증가한 수준이다.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소식이 전해지면서 절세매물을 비롯한 아파트 매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 매물 수는 지난해 말 4만5000건 안팎을 맴돌다 3월 중순 5만건을 넘어섰고, 5월18일(6만284건) 6만건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2개월 만에 처음으로 6만건대를 기록한 것이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과 주택공급 확대에 따른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 대기자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단기간에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 강화와 추가 금리 인상, 종합부동산세 세금 부담 강화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과 5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10개월 만에 다섯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1.75%까지 치솟았다. 금통위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면서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 A공인 대표는 "아직 호가가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생각에 매수세가 없어 (매물이 쌓이고) 급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하더라도 내 집 마련 수요 증가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이번 대출 규제 완화는 상대적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층의 대출 확대를 통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청년층의 주택 매수 여력이 늘어나더라도 실제 매수세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의 금리 추가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한 데다 집값도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주택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다"며 "대출 금리가 6~7%에 이르고, 추가 금리 인상도 예상되면서 빚을 내면서까지 내 집을 마련하려는 매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시장 전반적으로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거래량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LTV 완화를 하더라도 대상 주택과 한도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택을 살 수 있는 실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