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살해한 북한군 수사도 중단… "피의자 특정 안돼"'文정부 눈치보기 수사' 비난… 남북 화해무드에 섣부른 판단
  • ▲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과 추가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2년 전 서해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총살당한 해수부 소속 공무원 A(47)씨와 관련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던 해양경찰이 새 정부 들어 입장을 번복해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2020년 9월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씨의 월북을 단정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해경은 2020년 9월29일 수사상황 중간브리핑을 통해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해경은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었다.

    먼저 해경은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을 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만큼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측이 A씨의 이름과 나이, 고향 등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A씨가 인터넷 도박으로 2억6800만원의 빚을 진 상태라고도 했다. 도박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설명이었다.

    해경은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조류분석 결과도 월북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표류 예측' 결과에 따르면 A씨 실종 당시 조류는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A씨가 조류 방향과 달리 소연평도에서 북서쪽인 북한 등산곶 인근에서 피격됐다는 것은 A씨가 인위적인 노력 없이 단순히 떠내려갔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 2020년 당시 해경 브리핑.ⓒ연합뉴스
    ▲ 2020년 당시 해경 브리핑.ⓒ연합뉴스
    해경은 A씨를 총격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군인에 대한 수사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최근 A씨 유족에게 보낸 수사결과 통지서에서 "(A씨를 피격한) 피의자가 북한 군인이라는 것 외 이름, 소속 등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면서 "(해당 군인의) 소재도 불분명하고 북한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데다 피의자를 소환할 가능성도 없어 수사를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수사 종결에 따라 A씨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A씨 유족은 정부의 자진 월북 발표에 반발하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해경청,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실종사건은 물론 북측의 A씨 발견 경위, 해경의 초동수사 자료 등을 유족이 볼 수 있게 판결했다.

    해경이 정권이 바뀌고 월북 발표를 스스로 뒤집으면서 정권 눈치보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년 전 해경이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봐서 섣부른 판단으로 A씨의 월북 가능성을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 진전과 종전선언 추진에 힘을 쏟았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