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9곳 487억 부과…증선위서 결국 취소무리수 금감원 체면 구기고 증권사도 참여요인 저하업계 “예상했던 결과…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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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석 기자
    국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증권사 9곳에 대한 과징금 징계가 철회되면서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당국 일각에서도 금감원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 이후 멈춰있는 증권사들의 시장조성 활동을 조만간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게 될 증권사 입장에선 시장조성 행위 재개에 앞서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9일 9개 증권사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에 대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증권사들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결정을 금융위가 뒤집은 것이다.

    시장조성자는 증시에서 유동성이 부족한 일부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하도록 해 유동성을 높이는 제도다.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역할을 담당한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9월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국내외 9개 증권사에 대해 시세 조종 및 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모두 48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는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반면 증선위는 판단은 달랐다. 네 차례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포함해 총 여섯 차례 회의를 심의한 결과, 증선위는 시장조성자의 의무 이행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서는 시세 변동에 대응한 호가의 정정과 취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의 호가 정정·취소율(95.68~99.55%)이 외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금감원이 무리한 판단을 내세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시장조성 활동을 하는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호가 정정·취소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운영 주체인 거래소 또한 지난 2020년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시장조성 거래가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예상했던 대로 결론이 났다”라며 “당초 시장을 교란했다는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간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조성자로 증권사가 얻는 이득은 실제로 크지 않았다. 앞으로 누가 이 역할을 마음 놓고 진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제라도 사실을 바로잡았고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시장조성 활동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금감원이 과징금을 부과하자 이에 반발한 증권사들은 의무면제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른 시일 내 시장조성 의무를 이행할 증권사들을 올해 새롭게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는 해당 절차 등을 금융위와 논의해 이르면 내달 초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제도 공백이 길어진 만큼 지체 없이 차기 시장조성 증권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 중단 이후 저유동 종목의 거래량과 거래대금, 회전율 등 유동성 지표가 시행 때와 상당한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공고·선정 작업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이번과 같은 혼란을 겪지 않기 위해 금융당국이 시장조성 행위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잣대가 어떻게 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은 상태에선 시장조성 활동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활동이 원만하게 재개될 수 있도록 운영상의 불리한 부분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조성 활동의 중단으로 거래비용이 증가하는 등 많은 종목에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과징금 부과가 결국 없던 일로 되긴 했지만, 앞으로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