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정책 따라 모든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다양한 방안 고려증인, "문건에 이 부회장 이름도, '승계 작업' 표현도 없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는 진술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가 아닌 정치권과 사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기업 규제에 대응하기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에 출석한 이전 증인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만큼 회사 차원의 불법 행위는 없었다는 삼성 측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1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57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에는 삼성증권 직원 김 모씨가 출석했다. 김 모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그룹 지배구조 이슈 및 제일모직 TF(테스크포스)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2012년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G' 보고서의 작성 목적이 다뤄졌다. '프로젝트-G'는 지난 2012년부터 삼성이 추진한 프로젝트로 'G'는 거버넌스의 앞글자를 딴 문서다. 검찰은 ‘프로젝트G’ 문건을 증거로 2012년 제일모직-에버랜드 합병부터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까지 계획적·조직적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졌다는 논리을 펴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에 따라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다양한 방안을 고려했다"며 "다른 기업들의 경우도 참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안과 이를 분리 운영하는 방안이 작성됐는데 그 전제가 중간금융지주사 도입 논의 등이 기재된 만큼 합병이 주된 목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2012년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행위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보고서에 작성된 '금융지주 해당 이슈와 삼성물산의 지배력 강화 이슈가 해소되면 굳이 합병할 필요 없고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들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하나의 해결 수단 중 하나 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모씨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당시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금산분리 규제 강화 등 현안이 있어 그룹 전반의 검토 취지였다"고 했다. 

    그는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확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전제한 건 아니지 않나'는 변호인단 질문에 "하나의 옵션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모씨는 당시 문건을 저장한 파일명에 '승계'라는 표현도 상속을 의미한다고 진술했다. 문건에는 이 부회장 이름이 표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승계 작업'이라는 표현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모씨는 변호인단이 '검찰이 승계 작업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상속이라고 답변 했나'라고 문자 "그렇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셔서 상속 가능성에 대비해 검토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졌다는 설명이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