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美하원의장 25년만에 대만행… 中, 강력반발·무력시위 예고CATL, 대미 투자보류·대만 천연모래 수출 중단…中 경제보복 착수韓, '칩4'동맹 가입 등 숙고… "국익 차원서 종합적인 검토중"KDI "중국 의존도 낮춰야"…상반기 수출비중 美 0.4%p↑·中 1.9%p↓
  • ▲ 미중 갈등.ⓒ연합뉴스
    ▲ 미중 갈등.ⓒ연합뉴스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미중 간 기술패권 다툼 속에 새 정부의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로 중국의 보복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은 가운데 한국의 수출지형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펠로시 의장 포함 미 하원의원 대표단은 지난 2일 밤 10시44분쯤(현시시각) C-40C 수송기로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미국 최고위급 인사가 25년 만에 대만 땅을 밟은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도착 직후 낸 성명에서 "이번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이번 방문은 공산국가인 중국에 맞선 미국의 민주주의 수호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을 두고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칩4(Chip4) 동맹'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칩4는 미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려고 지난 3월 제안한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로, 한국·일본·대만이 참여하는 얼개다. 미국은 시스템반도체 설계, 한국·대만은 생산, 일본은 소재 등에 특화돼 강점을 보이는 만큼 파트너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대만의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로, 미국의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선수 중 하나다.

    미국은 이달 말 칩4 실무자급 예비회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도 동참을 요청한 상태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칩4 동맹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처럼 대(對)중국 견제·압박용 카드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전방위적 '무력 시위'에 나설 것을 공언하며 반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만을 자신의 영토로 주장해온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은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고 시도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끊임없이 왜곡하며 대만과의 공식 왕래를 강화해 대만 독립·분열 활동을 뒷받침했다"며 "이것은 매우 위험한 불장난으로, 불장난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타 죽는다"고 맹비난했다.

    미중 간 갈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도 달래야 하는 처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칩4 동맹과 관련해 "산업 증진에 방점을 둔 협력으로, 중국을 겨냥,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한국이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아직 결론 내린 것은 없다. 국익 차원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IPEF에 참여하며 중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후속협정을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과의 경제 갈등이 촉발되지 않게 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테슬라 등에 배터리를 공급할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오는 9~10월로 연기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서도 제재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만에 대한 천연모래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 건축자재 공급과 철강재 제조 과정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중국 상무부는 법률 규정을 근거로 들었지만, 이번 조처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는 돌려 말하면 우리나라가 반중연대 참여를 가속할 경우 경제 보복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6월12일 내놓은 'IPEF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IPEF 가입으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1910조7450억원) 대비 최대 40조1256억원(2.12%) 늘어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보복 조치를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IPEF 회원국을 상대로 수출 규제에 나서며 맞불을 놓았을 때 한국의 GDP는 마이너스(-)1.61%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전략산업 분야의 대중국 수출입 제한이 1차적으로 예상된다"며 "IPEF 가입 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로 물류 차질을 빚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 ▲ 수출용 컨테이너들.ⓒ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들.ⓒ연합뉴스
    일각에선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간 갈등이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 어려운 만큼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월 발간한 KDI 포커스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 가치사슬(GVC)을 강화하려는 바이든의 통상정책은 특히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중·일 3국이 긴밀히 연결된 동아시아 GVC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발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KDI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미국 비중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액 3505억 달러 중 대(對)중국 수출액은 814억 달러로 23.2%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25.1%)보다 1.9%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대미 수출액은 549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0.4%p 오른 15.7%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7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60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9.4% 증가했다. 이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대미 수출은 100억 달러에 이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14.6%나 증가했다. 반면 대중 수출은 132억4000만 달러로 2.5% 줄어들었다.

    중국 수출 비중이 줄고 미국 비중이 커진 것은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중국 25.3%, 미국 14.9%,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연합(EU) 13.8%였다. 이 중 중국은 수출 비중이 전년(25.9%)보다 0.6%p 줄었고, 미국은 14.5%에서 14.9%로 0.4%p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영향이 크지만, 미중 무역전쟁 영향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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