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 노조 파업카드 만지작현대차, 쌍용차 노조의 '상생' 선택과 대비"파업 강행 시 국민여론 좋지 않을 것"
  • ▲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파업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파업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성사시킨 반면, 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에 글로벌 경기침체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위기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오는 23일 오후 1차 쟁의대책위원회에서 향후 투쟁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 11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이후 1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결과 89.4% 찬성으로 안건이 가결됐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21일 조인식을 개최해 올해 교섭을 완료하면서 기아 노사도 원만한 타결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와 기아는 통상적으로 비슷한 수준에서 합의안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기아 노조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해외 투자를 즉각 철회하고 국내 공장 투자를 확대해 미래비전 제시 및 고용보장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5월24일 2025년까지 4년 동안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에 6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간 최대 15만대 규모의 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아 노조는 “그룹 발표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룹은 큰 그림만 이야기할 뿐 전반적인 투자 항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며 “노조가 요구해도 투자에 대한 세부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 한국지엠 노조도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연합뉴스
    ▲ 한국지엠 노조도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시켰다. ⓒ연합뉴스
    한국지엠 노조도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약 1694만원), 공장별 발전방향 제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최근 교섭에서 기본급 4만1000원 인상, 성과급 400만원 등을 제안하면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달 16~1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3.0% 찬성률로 안건을 가결시켰다. 지난 12일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했는데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파업권을 갖게 된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제시안은 고민할 가치도 없으며, 조합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처사”라며 “차기 교섭에서는 조합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코리아 노사도 임단협 주기를 놓고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사측은 3년 정도의 다년 주기 교섭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7일 5차 본교섭 후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13~14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71.9% 찬성으로 가결됐으며, 26일에는 중노위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노조 측은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파업의 시기를 두고 논의 중이며, 파업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성사시켰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지난해부터 3년 단위의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차기 임단협은 2024년에 진행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를 보면 반도체 수급문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