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기차 할당비율 못 채우면 1대당 60만원 기여금내연기관 주력 업체,친환경차 보급정책 따른 부담심화 우려IRA 등 정책 가변성도 위험요소, 일관성 및 안정성 중요
  • ▲ 친환경차 관련한 '정책 리스크'가 제조사들의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데일리DB
    ▲ 친환경차 관련한 '정책 리스크'가 제조사들의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데일리DB
    친환경차 보급 촉진을 위한 정책 영향으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책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자동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이 사실상 정책 주도로 만들어진 만큼,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들의 부담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은 기업에 총매출의 1%를 넘지 않는 선에서 미달 차량 1대당 60만원의 기여금을 부과한다. 이후 2026년부터는 150만원 2029년에는 300만원으로 액수를 늘릴 계획이다.

    2019~2021년 연평균 판매량 4500대 이상인 기업들이 부과대상인데 현대차·기아는 물론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르쌍쉐도 포함된다. 현대차·기아는 전체 판매량의 12%, 르쌍쉐는 8%를 전기차로 할당해야 한다.

    내년도 기여금을 피하기 위해선 당장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목표량을 달성해야 하는데 르쌍쉐의 경우 기여금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이오닉과 제네시스 전동화 라인업, EV6와 니로EV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기아와 달리 르쌍쉐는 올해 전기차 라인업 부재 및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 부진 등을 겪고 있어서다.

    실제로 르노코리아는 26일 기준 전기차 라인업 부재한 상황이다. 기존 전동화 라인업이었던 ‘조에’와 ‘트위지’는 최근 판매 중단됐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XM3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내년도 기여금 부담에 대해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전기차 판매 전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볼트EV’와 ‘볼트EUV’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지만 배터리 리콜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8% 할당량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판매 대수에 대한 국내 법규를 파악하고 판매량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북미 본사에도 국내 상황을 전달해 전기차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 내연기관 모델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들의 경우 정책 리스크가 심화할 여지가 크다 ⓒ뉴데일리DB
    ▲ 내연기관 모델을 주력으로 하는 제조사들의 경우 정책 리스크가 심화할 여지가 크다 ⓒ뉴데일리DB
    해외 본사에서 전기차를 들여오는 선택지가 있는 두 회사와 달리 쌍용차는 전기차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앞서 가솔린 모델인 ‘토레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파원트레인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쌍용차의 전기차 라인업은 ‘코란도 이모션’ 하나다. 이마저도 배터리 수급 문제로 판매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 쌍용차 관계자는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회사 BYD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전동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BYD와 기술협력 mou를 체결, 토레스 기반의 전동화 모델로 알려진 ‘U100(프로젝트명)’의 내년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개발 진척도가 높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전기차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아직까진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남는 장사’라는 뜻이다.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따른 업계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성장의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고 여전히 내연기관이 주 수입원의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각국 정책은 물론 미래에 대비한 투자 개념으로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전기차 라인업이 부족한 제조사들의 경우 친환경차 판매 촉진을 위한 기여금이나 배출권 거래 정책 등에 따른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부 정책인 만큼, 기업들이 발빠르게 맞춰가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데일리DB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데일리DB
    정책의 불확실성도 완성차 업계의 ‘암초’로 꼽힌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국내 생산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현대차그룹의 미국내 대규모 투자 계획에 감사하다고 언급한지 불과 3개월여 만이다. 일각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국내 업체들의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23일 미국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들의 정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외 변수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과 국내 자동차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수년 뒤를 바라보고 개발할 수 있도록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미리 기업들에게 정책을 예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자국 보호주의에 따른 제2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막기 위해 정부의 발빠른 대처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