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5.7%↑… 추석 앞두고 유가↓·농산물↑근원물가 4개월째 4%대…신선식품지수도 14.9%↑전기·도사가스료 10월인상 예정…고물가 불안 지속
  • ▲ 물가.ⓒ뉴데일리DB
    ▲ 물가.ⓒ뉴데일리DB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7% 상승했다. 7개월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석유류와 공업제품 상승세가 둔화한 탓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내린 데다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로 오름폭이 둔화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불볕더위와 장마로 생육이 부진한 채소류를 비롯해 농산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7% 올랐다.

    전달보다는 0.1%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낮아진 것은 올 1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상승폭이 5%대로 내려앉은 것은 3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오다 올해 3월 들어 4%대로 진입했고 6월부터는 2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올랐다. 석유류는 19.7% 오르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휘발유(8.5%), 경유(30.4%), 등유(73.4%)가 모두 뛰었다. 다만 상승률은 올 2월(19.4%) 이후 가장 낮았다. 전달과 비교하면 10.0%나 떨어졌다. 1998년 3월(-15.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금리인상 등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해 지난 7월에 이어 2개월 연속으로 전달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30%에서 37%로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1∼25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36.4원 내린 ℓ당 1743.8원으로 집계됐다.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공업제품도 덩달아 7.0% 상승했다. 등락률 기여도를 보면 공업제품은 2.44%포인트(p)로 8월 상승률의 42.7%를 차지했다. 다만 상승폭은 전달(8.9%)보다 내려갔다. 빵을 비롯한 가공식품(8.4%) 가격도 많이 뛰었다.

    전기·수도·가스도 15.7% 올랐다. 2010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전기료 18.2%, 도시가스료 18.4%가 각각 올랐다. 전기·가스료는 지난 7월부터 추가 인상분이 적용됐다. 발전 원료비 미수금 증가로 말미암아 오는 10월에도 추가 인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밥상물가와 밀접한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7.0% 올랐다. 전달(7.1%)보다 상승률이 소폭 낮았지만,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르면서 수입쇠고기(19.9%), 돼지고기(3.8%), 배추(78.0%), 오이(69.2%), 파(48.9%) 등이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27.9%)가 급등했다. 채소류가 뛰면서 농산물은 상승폭이 10.4%로 전달(8.5%)보다 커졌다. 지난해 6월(11.9%) 이후 최고 수준이다.

    농·축·수산물은 한동안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최근 불볕더위와 장마로 생육이 좋지 않아 공급량이 달리는 모습이다. 올 2월 들어 1.6%, 3월 0.4%로 오름폭이 크게 둔화했으나 4월 1.9% 반등한 뒤 5월 4.2%, 6월 4.8%, 7월 7.1% 등으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서비스 부문은 4.1% 상승률을 보였다. 공공서비스(0.8%)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국제항공료(22.0%)가 크게 뛰었다. 외래진료비(2.3%)도 올랐다. 반면 유치원 납입금(-18.6%)과 부동산 중개수수료(-7.7%)는 내렸다.

    6.1% 오른 개인서비스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험서비스료(14.9%)와 생선회(외식·9.8%), 치킨(11.4%), 공동주택관리비(4.7%)가 올랐다. 반면 병원검사료(-31.4%), 가전제품 렌털비(-4.7%), 자동차보험료(-1.3%), 취업학원비(-0.5%)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8.8% 올랐다. 1992년 10월(8.8%) 이후 29년10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7월(2.5%)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

    집세(1.8%)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세(2.6%)와 월세(0.9%) 모두 상승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지난해 5월 이후 28개월 연속, 월세는 2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세는 오름폭이 2개월 연속 둔화했고 월세는 전달과 비교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 ▲ 휘발유 가격 내림세.ⓒ연합뉴스
    ▲ 휘발유 가격 내림세.ⓒ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6.5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 4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였다. 상승폭은 전달(4.5%)보다 소폭 둔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5.76으로, 지난해보다 4.0% 올랐다. 5개월 만에 4%대로 진입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10.35로, 1년 전보다 6.8% 상승했다. 식품(8.9%)은 상승폭이 전달보다 0.1% 오른 반면 식품 이외(5.5%)는 1.8% 내렸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6.0%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4.9%나 올랐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2.8%)와 신선과실(9.6%), 신선채소(28.0%) 모두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