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에 소진… 235억 달러 증발상승재료 없어 사실상 유일 수단당국 "큰 의미없다" 선 긋기
  •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 센터에서 은행원이 달러를 점검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 센터에서 은행원이 달러를 점검하고 있다.ⓒ뉴데일리DB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는 환율 방어에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외환당국의 안간힘에도 변동폭은 커지고 있어 실탄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355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 전일 종가 1354.9원을 웃도는 가격이다. 장중 한때 전날 기록한 연고점 1355.1원을 갈아치우는 1357.4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29일(1357.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1400원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대외악재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데다, 이를 상쇄한 상승 재료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고 있고, 금리인상을 주저하던 유럽도 빅스텝에 이어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7월 22년만에 기준금리 0.5%p 인상한 유럽중앙은행은 이달 0.75%p, 10월 0.5%p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9.1% 폭등한 소비자물가지수 영향 탓이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려면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이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기준금리 인상 가속 등이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 쉽지 않다.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6년만에 최대 적자폭이다. 지난 4월부터 이어진 5개월 연속 적자 기록도 2008년 4월 이후 14년만이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사실상 힘을 잃은 상태다. 외환당국은 환율 1345원이 돌파한 지난달 23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치솟는 환율을 잡진 못했다. 외환 당국은 올해 4차례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모두 원화 가치 상승으로 작용한 사례는 없었다.

    남은 방안은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는 것 뿐이지만 외환보유고는 넉넉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86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253억달러 줄었다. 환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만 234억9000만달러가 증발했다.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가 권고하는 수준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의 5%, 유동외채의 30%, 외국환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를 합한 규모의 100% 이상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 지난해 외환보유액은 기준의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세계 9위로 보유액이 큰 국가의 경우 IMF 기준은 의미가 없으며 신흥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과거 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체질 개선을 지속 추진한 결과 자산건전성·외환유동성 등이 크게 개선돼 악화된 대외 여건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