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공채 유지지난 3년간 4만명 이어 향후 5년간 8만명 채용'사람이 사업 성패 좌우'… 인재 중심 경영 발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삼성전자
    "이미 국민들께 드린 약속들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옥중서신’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일부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영 차질과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고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데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삼성은 국내 5대그룹 가운데 신입사원 정기 공채 기조를 유지하며 직원 수도 매년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 1957년 국내 기업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도입했으며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채용 규모만 4만명에 달한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임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11만3485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000명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이다. 여기에 삼성은 올해부터 채용 규모를 20% 확대해 앞으로 5년 동안 총 8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지난 6일부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등 20곳에서 하반기 공채에 돌입했다. 

    삼성은 이번 공채를 통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약속을 이행하는 한편, 우수인재를 확보해 더 성장시킴으로써 회사와 국가 미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채용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의지는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과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으로 이어진 '인재제일' 경영 철학이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사람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인재제일 경영관을 사업보국, 합리추구와 함께 삼성의 경영철학으로 강조해왔다. 이에 공채와 함께 채용을 위한 적성 검사를 처음 도입한 곳도 바로 삼성이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인재제일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데도 힘썼다. 삼성의 임직원들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물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지역전문가, 글로벌 MBA 제도를 도입해 5000명이 넘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했다.

    삼성그룹 3대 교육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SVP(Samsung Shared Value Program), SLP(Samsung Business Leader Program), SGP(Samsung Global Talent Program)도 이 회장이 추진했다. SVP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삼성의 경영철학과 핵심가치를 전파하는 교육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열리는 ‘신입사원 입문교육’과 매년 여름 개최하는 ‘하계수련회’가 여기에 속한다. 

    SLP는 우수한 평가를 받은 관리자급 직원을 외국 명문대학이나 국내 주요 경영대학원에 2년간 파견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원이 될 부장을 선발해 5개월간 역량을 계발하는 ‘임원양성 프로그램’도 여기에 해당한다. SGP는 임직원이 외국에서도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외국어와 매너 등을 가르치는 교육 제도이다. 1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모든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지역전문가제도’가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철학을 계승해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인재와 기술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인재육성과 맞물려 창의적·도전적 조직으로의 변화를 위해선 수평적 조직문화 정칙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2016년 직급을 단순화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이는 인맥이나 학력이 아닌 실력과 성과를 낸 직원에 정당하게 보상하되,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통해 구성원 전반의 근로 의욕을 고취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자율 출근제'를 도입해 일률적인 출퇴근 시간 적용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이 육아 등 개인 사정과 시간 활용 계획에 따라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으며, 2012년에는 이를 확대해 '자율 출퇴근제'로 발전시켰다.

    2018년에는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준범감시위원회 권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면서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