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고소득층에 혜택 집중·과세 복잡" 사실상 반대 현행 소득세 체계, 명목임금·물가 상승하며 자연스레 증세전문가 "당위적 도입해야 하지만…정부가 못하고 있어"
  • ▲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득세 물가연동제에 대해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연일 치솟는 물가에 소득세 과표구간을 물가와 연동해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란 말 그대로 소득세 과표구간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과표구간을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소득세 과표구간은 1200만원 이하·세율 6%, 4600만원 이하·15%, 8800만원 이하·24%, 1억5000만원 이하·35%, 3억원 이하·38%, 5억원 이하·40%, 10억원 이하·42%다. 

    소득세 과세체계는 지난 2008년부터 고소득 과표구간이나 최고세율을 제외하고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그 사이 임금은 계속 상승하면서 세율을 인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증세가 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2021년 근로자 임금은 17.6% 상승했고,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는 39.4% 상승했다. 만약 물가가 그대로였다면 근로자들은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겠지만, 같은 기간 물가상승과 더불어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이에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정부는 식대 비과세 한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하는 선에서 여론을 달래며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주장을 틀어막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해마다 물가에 연동해서 가면 소득세 체계가 굉장히 복잡해진다"며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득세가 낮고, 면세자 비율도 37% 가까이 돼 과표를 조정해도 저소득층, 과표 구간이 낮은 분들에게는 혜택이 없다"고 지적했다. 

    면세자 비율이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를 뜻하는데, 2014년 면세자 비율은 48.1%로 가장 높았다. 면세자 비율이 50% 가까이 된다는 의미는 근로자 10명 중 5명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5년 면세자 비율은 43.6%, 2016년 43.6%, 2017년 41%였다가 2018년부터는 38.9%, 2019년 36.8%로 축소됐다. 

    면세자인 경우에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기 때문에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더라도,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며 소득세 물가연동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가 지난 7월 6.3%까지 치솟으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소득세 물가연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올해 1월과 2월 3.6%, 3.7%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 7월 6.3%까지 치솟았다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8월 5.7%로 다소 하락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3%로 전망치보다 높게 나온데다, 고환율에 고금리 상황까지 겹치며 정부의 선언에도, 소득세 물가연동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며 이 중 미국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소득세에 반영하고 있다.  

    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당위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득세 과세체계가 복잡하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납세자들이 수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전체의 과표를 조정해주는 것으로 모두 이득을 보는 것으로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면세자 비율과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아예 다른 문제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것이 걱정된다면, 다른 것을 추가조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