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즉각적 항소에도 판결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승소보단 시간끌기 통해 한앤코 압박하는 전략이란 평가도12분기 연속 적자 남양유업, 소송 장기화에 오너리스크 부담
  •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뉴데일리DB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뉴데일리DB
    “매도인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즉시 항소할 계획입니다.”

    홍원식 회장의 대리인 측이 지난 22일 남양유업 주식양도 소송 1심 패소 직후 내놓은 입장이다. 이번 소송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홍 회장의 패색이 짙었던 소송이다.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제기했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 등이 모두 인용된 상황에서 진행된 본안 소송인 만큼 승소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1심에서 완패한 이 사건이 항소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홍 회장 측이 즉각적인 항소의사를 밝힌 것은 다른 계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0부에 따르면 홍 회장은 한앤코 낸 주식양도 청구 소송에서 완패했다. 한앤코의 부당한 경영간섭이나 비밀유지 의무 위반, 계약 무효 등의 홍 회장 주장은 일체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한앤코 측의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홍 회장이 지불하게 된 것. 

    이 때문에 홍 회장이 즉각적인 항소에 나선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앤코가 제기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남양유업-대유 협약이행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재판부는 한결같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줘 왔다. 항소심에서도 이 판단이 뒤집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홍 회장이 항소에 나선 배경에는 승소보다는 한앤코의 출자자(LP)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인수를 위해 사용할 3호 블라인드펀드는 100% 해외 LP로 구성됐다. 

    하지만 한앤코는 홍 회장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지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한 상태다. 홍 회장이 패소에도 불구하고 항소, 나아가 상고까지하게 된다면 실제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하기 까진 수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한앤코 측은 “소송에서 이기긴 했지만 홍 회장의 주식매매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보니 홍 회장이 항소를 통해 판결을 뒤집기 보다는 시간끌기를 통해 이면 합의에 나서리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이 항소를 통해 시간을 끌면서 한앤코와 별도 테이블에서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며 “시간이 곧 돈인 펀드의 입장에선 적자사업인 ‘백미당’을 양보하고 하루라도 빨리 인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홍 회장은 매각 과정에서 카페 브랜드 ‘백미당’을 제외하고 가족에 대한 예우를 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드려지지 않자 계약해지를 주장해왔다.

    이런 소송의 장기화는 남양유업에게 있어서도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양유업은 지난 2분기에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고물가에 따른 원가상승과 향후 낙농가와의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업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