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S&P와 연례협의…尹정부 출범후 첫 신용등급 평가올 관리재정수지 -110.8조…4년째 2자릿수 적자 불가피외환보유액 감소세·IMF 권고기준 미달…강달러 지속 우려 10월엔 경상수지 적자도 예상…北미사일 도발도 악영향
  •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전 정부로부터 최악의 가계부채와 1100조원에 육박하는 나랏빚을 물려받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첫 국가신인도를 평가받는다.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하며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는 가운데 나라살림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국가신용등급 상향은커녕 사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회의를 진행한다. S&P는 지난 2016년 8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올린 이후 유지해오고 있다.

    올해 연례협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가신인도 평가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여건은 녹록잖다. 우선 재정적자가 심각하다. 기재부의 '재정동향 9월호'를 보면 7월 현재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6조3000억원 적자다. 1년 전보다 적자폭이 35조6000억원 확대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6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9조9000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0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수지는 2019년 이후 4년 연속 두 자릿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합·관리재정수지 동반 적자도 4년째 이어질 전망이다.

    나랏빚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7월 말 중앙정부의 채무 잔액은 1022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재부가 전망한 올해 말 나랏빚 규모는 1037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가채무비율은 49.7%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연내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은 긍정적인 평가요인이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마이너스(-) 3% 이내로 적자를 관리한다는 재정준칙을 마련하고 법제화를 추진한다. 이는 국가채무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기준 -3%를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의 안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다.
  • ▲ 원·달러 환율 1420원 돌파.ⓒ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 1420원 돌파.ⓒ연합뉴스
    외환보유액 감소세도 신용등급 평가에 악재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다. 보유외화는 3월 이후 4개월 연속 뒷걸음치다가 7월 반등했으나 한달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달러 초강세에 외환보유액이 한달 새 22억달러 줄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앞으로도 큰 폭의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쳐 당분간 자금유출이 지속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IMF는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주식자금 잔액의 15%, 연간 상품수출의 5%, 시중통화량의 5%를 합한 규모의 100~150%를 적정 외화보유액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6810억 달러쯤이 적정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외화보유액은 권고 기준의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설상가상 경상수지마저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의 상당액을 무역으로 쌓는다. 하지만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87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6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적자다. 반도체 수출은 줄고 원유·가스 등 원자재 가격은 올랐기 때문이다. 한은은 다음 달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핵 등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는 모습이다. 북한은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새 정부 들어 5번째 미사일 발사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 부산 입항에 이어 26∼29일 동해에서 예정된 한미 해상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 분석된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S&P 등 국제신평사가 북한의 도발을 어느 정도의 불안요인으로 반영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