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근식 한일·한일현대시멘트 대표 산자부 증인 출석“유연탄 가격 급등 영향” vs “독과점 업고 일방적 가격 인상”셧다운에 건설현장 차질 우려… “정부 조속한 중재 나서야”
  • ▲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연합뉴스
    ▲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연합뉴스
    레미콘·시멘트업계가 다음 주 국정감사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국감까지 이어지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절충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근식 한일·한일현대시멘트 대표는 내달 4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전 대표의 출석은 최근 이어진 대형시멘트사와 레미콘사의 가격 갈등에 따른 것이다. 국감에서도 원가 구조와 유연탄 매입비 공개, 상생방안 등을 질의할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시멘트사와 레미콘사들은 가격 인상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시멘트사들은 급등한 유연탄 가격을 이유로 들어 시멘트 가격을 톤당 최대 15% 인상 한 바 있다. 이번 인상은 지난 2월 15~18%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4개월만에 진행된 것이다. 회사별로 보면 삼표시멘트는 톤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올렸다. 한라시멘트는 5일부로 9만26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인상했다.

    시멘트사들은 유연탄 가격 인상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이후 고공행진 하고 있다. 영국 유연탄 시세 전문기관 GCI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20일 기준 톤당 431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유연탄 평균 가격 137달러와 비교하면 3배, 2020년 평균가격 60달러와 비교하면 7배나 증가한 수준이다. 

    급등한 유연탄 가격에 따라 시멘트사들은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상반기 실적을 보면 쌍용C&E,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한라시멘트 등 대부분 시멘트사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쌍용C&E는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지난 7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반면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업계의 가격 인상이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의 경우 유연탄 가격 상승분이 워낙 컸기에 시멘트사들의 인상안을 모두 수용했는데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가격을 이 정도로 추가 인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 이유도 구체적으로 알려주거나 이해시키는 등 과정 없이 공문 한 장으로 통보하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업계가 독과점 시장을 등에 업고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시장은 쌍용‧한일‧아세아‧삼표‧성신 등 5개사가 전체 중 94%를 차지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 및 통보한 후 물건을 주지 않는 등 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레미콘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견·대기업인 시멘트사와 건설사의 중간에 끼어있어 원가 부담이 커져도 적정한 납품단가를 보장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화물연대 파업, 레미콘 운반사업자 파업, 모래 자갈 등 원자재가격과 유류비 및 운반비 등 급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멘트 가격까지 오르면서 레미콘업계 상당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있다. 실제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소레미콘업체들의 대표자, 법인이 변경된 경우는 폐업 14건, 매각 41건 등 약 132건에 달했다.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무기한 셧다운을 예고한 레미콘 업계의 경고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긴급회의를 통해 내달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는 정부와 국회가 현안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시멘트협회는 국회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고충을 토로했다. 레미콘업계는 7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6일 윤관석 위원장과 김민기 국토위원장을 찾아 업계 현안과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국토교통부 주재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한 가운데 정부가 시멘트‧레미콘 업계를 불러 가격인상을 둘러싼 갈등 조정에 나섰지만 원론적 대답만 할 뿐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국 건설현장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부처에서 조속히 중재방안을 마련해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