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영국 노선 독과점 방지 노력 주효긍정적 기류 속 기업결합 ‘승인’ 예상필수신고 EU·中·日 3개국 마지막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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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미국과 영국에서 내달 승인될 전망이다. 까다롭기로 알려진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은 나머지 미승인국 심사 결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 대신 운항할 대체 항공사를 제시하기 위해 외항사,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미국 노선의 독과점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해 글로벌 경쟁당국의 심사 문턱을 뛰어넘는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해서는 절차상 주요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어내야 한다. 각국 경쟁당국은 시장 경쟁성을 유지하기 위해 양사 합병 이후 독과점이 예상되는 노선에 아시아나항공 대신 운항할 신규 항공사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최근 국내 LCC와 유럽·미국 노선 운항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천~LA(로스앤젤레스)의 경우 국내 항공사로는 에어프레미아가 이달 29일 취항하기로 했으며, 베트남 항공사의 해당 노선 취항도 추진 중이다. 나머지 미주 노선은 유나이티드항공이나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사가 운항을 확대하거나 취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이 외항사와 LCC에 선호 슬롯(시간당 가능한 항공기 이착륙 횟수)를 내주고 비선호 슬롯을 받는 조건을 앞세워 협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개의 항공사가 1개의 항공기를 운항하는 코드쉐어(좌석공유) 정책과 항공사 간 마일리지 제휴 등도 조건으로 제안됐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달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양사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대한항공 임원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한항공의 독과점 해소 조치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영국의 경쟁시장청(CMA)도 지난달 16일 1차 본심사에 착수, 11월 14일까지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CMA는 합병 이후에도 시장 경쟁성이 유지된다고 판단할 시 1차 심사에서 합병을 승인하며, 문제가 있다면 2차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최근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과 협력 관계를 구축,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유리한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버진애틀랜틱은 대한항공이 참여하는 글로벌 항공 얼라이언스 ‘스카이팀’에 합류할 예정으로, 인천~런던 노선에 신규취항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앞서 9월 1일 호주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시드니~인천 노선을 독점하게 되지만, 호주의 콴타스·제트스타항공이 추후 신규진입 계획을 밝혀 독점 우려가 사라졌다며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호주에 이어 영국, 미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한다면 필수신고국 중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세 곳만 남게 된다. 미국이 특히 양사 기업결합 심의 수준을 ‘심화’로 격상하고 까다롭게 진행해온 점에 비춰 미국의 승인이 이들 경쟁당국 심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운항노선이 많은 미국에서의 합병 승인은 나머지 국가의 심사 결과에 긍정적 시그널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EU와 일본은 아직 본심사가 시작되지 않았고, EU는 유럽 외 국가의 기업결합에 호의적이지 않고 자국 이익을 강조하는 결정을 내리는 추세로 양사 합병의 마지막 난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