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본보기 되는 길”이승규 교수 “국내 장기이식 세계 최고 수준… 장기생존 많아질 것”
  • ▲ 이상준씨와 이씨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 ⓒ서울아산병원
    ▲ 이상준씨와 이씨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 ⓒ서울아산병원
    30년 전 말기 간경화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40대 가장이 간이식 수술을 받고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이상 없이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현존하는 국내 최장기 간이식 생존자로 기록된다. 

    19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상준 씨(72세, 남)는 1992년 가을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받고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이씨의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은 뒤이은 많은 간이식 환자들에게 희망이 됐고, 당시 미지의 분야였던 간이식에 거침없는 도전장을 내민 간이식팀에게는 자신감의 바탕이자 간이식의 역사를 써내려간 원동력이 됐다. 

    이씨와 그의 집도의인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환자와 의사로 만나 30년간 동행하며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씨는 지난 1991년 몸이 몹시 피곤해 병원을 찾았다가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악화돼 간이식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살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 6개월. 유일한 치료법은 간이식 수술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간이식 수술은 첨단의학의 결정체로 여겨지며 수술 성공 사례도 많지 않았다.

    1992년 10월 8일 이씨는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로부터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러 검사 끝에 다음 날 새벽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교수가 수술을 시작했고 23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이 씨는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이씨는 건강관리에 철저히 임했다. 매일 만 보 이상을 걷고 금주와 금연 습관을 지켰다. 또한 45일마다 병원을 방문해 B형 간염 항체 주사를 맞고 90일마다 외래에서 건강상태를 점검받고 있다.

    이씨의 노력에 이승규 교수도 적극 동참했다. 치료비의 보험 적용과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하고 나눔행복재단에 본인의 책 인세를 전액 기부하는 등 간이식 환자들을 위해 힘을 보탰다.

    이씨는 “스스로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게 나를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은혜를 갚는 길이며 수많은 간이식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유일한 방법”이라며 “의료진의 지시대로 약 복용, 운동, 식사를 철저히 지킨 덕분에 지난 30년을 단 한 번의 이상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승규 석좌교수는 “모범적인 건강관리와 간이식인들을 위한 헌신적인 활동은 환자들은 물론 나에게도 큰 용기와 귀감이 됐다”며 “이씨와 같은 장기 생존 환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1992년 뇌사자간이식 수술과 1994년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작으로 지난 9월까지 생체간이식 6666건, 뇌사자 간이식 1344건을 시행했다.